【오풍연 세평】마포 쉼터 소장은 잘못이 없는데 왜 죽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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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풍연 세평】마포 쉼터 소장은 잘못이 없는데 왜 죽어
  • 오풍연 언론인(서울신문 전국장. 제1호 법조대기자.오풍연닷컴대표)
  • 승인 2020.06.08 09: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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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풍연 언론인(서울신문 전국장. 제1호 법조대기자.오풍연닷컴대표)
오풍연 언론인(서울신문 전국장. 제1호 법조대기자.오풍연닷컴대표)

정의기억연대 마포쉼터 소장이 최근 자살했다. 먼저 고인의 명복을 빈다. 얼마나 압박을 받았으면 그런 선택을 했을까. 이유여하를 불문하고 사람을 죽게 해서는 안 된다. 누군가의 책임이 있을텐데 책임지는 사람이 안 나온다. 윤미향은 언론과 검찰 책임론을 제기한다. 아주 없다고는 할 수 없을 게다. 그보다 앞서 책임질 사람은 윤미향 아닐까.

소장은 죽지 말았어야 했다. 이번 사건의 참고인쯤 될 듯하다. 그런데도 심리적 압박을 받은 듯 하다. 그렇지 않으면 죽지 않았을 것이다. 보도에 따르면 윤미향이 부의금을 죽은 소장 명의로도 받았다고 한다. 소장이 책임질 일은 아니다. 검찰 수사가 확대되면 참고인 조사를 받을 가능성은 있었다. 그런데 미리 극단적 선택을 해 안타까움을 자아낸다.

소장은 최소의 급여만 받고 봉사한 것으로 알려졌다. 윤미향이 페이스북에서도 그를 언급했다. 쉼터는 그가 아니면 운영 자체가 불가능했을 정도 였던 것 같다. 그래서 더 슬프고, 원망스럽다. 윤미향이 밉기도 하다. 윤미향이 신변을 정리했더라면 그도 죽지 않았을지 모른다. 윤미향은 지난 7일 마포 쉼터에 들러 눈물을 흘리는 모습이 카메라에 포착되기도 했다.

윤미향은 이날 오후 페이스북 글을 통해 "기자들이 대문 밖에서 카메라 세워놓고 생중계하며 마치 쉼터가 범죄자 소굴처럼 보도를 해대고, 검찰에서 쉼터로 들이닥쳐 압수수색을 했다"면서 "매일같이 압박감, 죄인도 아닌데 죄인의식 갖게 하고, 쉴 새 없이 전화벨 소리로 괴롭힐 때마다 홀로 그것을 다 감당해 내느라 얼마나 힘들었을까"라고 언론과 검찰을 원망했다.

그는 "나는 뒤로 물러설 곳도, 옆으로 피할 길도 없어서 앞으로 갈 수밖에 없구나 생각하며 버텼는데, 내 피가 말라가는 것만 생각하느라 소장님 피가 말라가는 것은 살피지 못했다"면서 "내 영혼이 파괴되는 것 부여잡고 씨름하느라 소장님 영혼을 살피지 못했다"고 적었다. 2004년 소장을 처음 만났을 당시를 회상하며 "(김)복동 할매 무덤에 가서 도시락 먹을 일은 생각했어도, 이런 지옥의 삶을 살게 되리라 생각도 못했다"고 말했다.

윤미향은 소장이 최근 통화에서 "영혼이 무너졌나 보다. 힘들다"고 말했다고 전했다. 그 때부터 죽음을 생각하지 않았나 싶다. 인간의 생명은 무엇과도 바꿀 수 없다. 소장의 죽음은 시사하는 바가 크다. 분명 말 못할 사연은 있었을 게다. 그것을 혼자 안고 갔다고 할까. 일부에서는 소장의 죽음까지 폄하하기도 한다. 그것은 인간으로서 할 짓이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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