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풍연세평】남북 관계를 20년 전으로 되돌릴순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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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풍연세평】남북 관계를 20년 전으로 되돌릴순 없다.
  • 오풍연 언론인(서울신문 전국장. 제1호 법조대기자.오풍연닷컴대표)
  • 승인 2020.06.15 09: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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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풍연 언론인(서울신문 전국장. 제1호 법조대기자.오풍연닷컴대표)
오풍연 언론인(서울신문 전국장. 제1호 법조대기자.오풍연닷컴대표)

20년 전 바로 오늘이다. 김대중 전 대통령이 평양 순안공항에 도착해 김정일 위원장과 악수를 나누던 모습이 생생하다. 남북은 그렇게 첫 발을 뛰었다. 나는 당시 야당 반장으로 한나라당 출입기자여서 평양 동행 취재는 하지 못했다. 그 해 가을부터 청와대를 출입했다. 남북 정상의 첫 만남. 정말 감동적이었다. DJ는 그해 한국인 최초로 노벨평화상을 받았다.

노벨평화상 시상식은 2000년 12월 노르웨이 오슬로 시청에서 있었다. 그 취재는 내가 청와대 풀기자로 들어갔다. 그 때 모습도 떠오른다. 노르웨이는 그다지 날씨가 좋지 않다. 하지만 시상식이 있던 날은 날씨가 아주 좋았다. 그래서 시상식에 나온 인사가 선샤인 데이(Sunshine Day)라고 했던 기억이 난다. 시상식에 선 DJ가 그렇게 자랑스러울 수가 없었다.

그 뒤로 남북 관계는 순탄했다. 개성공단을 가동했고, 금강산 관광도 이루어졌다. 남북 간에 약간 충돌은 있었지만, 남쪽 국민들이 두려워할 만한 일은 없었다. 적어도 남북간에 전쟁이 일어나지 않을 것이라는 기대감을 낳게 했다. 그런데 최근들어 남북관계가 급격히 악화됐다. 최악이라고 할 정도다. 북한은 연일 남쪽을 압박하고, 우리는 거의 속수무책이다.

사실 평소 같으면 오늘 대대적 행사를 할 것이다. 20주년이라는 의미가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그럴 분위기가 아니다. 북한이 공격도 불사하겠다고 으름장을 놓는데 한가하게 기념식을 열 수 없어서다. 최소한의 기념식만 치를 계획이라고 한다. 6‧15 남북정상회담의 주역인 박지원 단국대 석좌교수는 14일 밤 페이스북에 올린 글에서 “절대 6‧15 이전으로 돌아갈 수 없다”고 강조했다.

6·15 남북공동선언 20주년 기념식이 대거 축소된다. 그래야 맞다. 현재의 남북상황을 고려한 결정이라는 게 통일부의 설명이다. 북한 김여정 노동당 제1부부장이 지난 13일 담화에서 “남조선 것들과 결별할 때가 된 듯하다” “대적 행동의 행사권은 우리 군대 총참모부에 넘겨주려고 한다”며 대남 공세를 높여가는 와중에 대대적인 기념식을 여는 것은 부적절하다고 판단한 듯 하다. 통일부는 다만 구체적으로 행사를 어떻게 축소할 것인지에 대해서는 따로 언급하지 않았다.

20주년 당일인 15일에는 오두산 통일전망대에서 ‘시민과 함께하는 6·15 20주년 기념식 및 시민 문화행사’가 개최된다. 다가올 18일 MBC에서는 ‘전쟁을 넘어서 평화로’라는 주제로 평화경제 국제포럼도 방영될 예정이다. 평화경제 국제포럼은 문정인 대통령 통일·외교·안보 특별보좌관이 사회를 맡고, 김연철 통일부 장관·윌리엄 페리 전 미국 국방장관·하토야마 유키오 전 일본 총리 등이 대담하기로 했다. 그러나 이 포럼도 빛이바랠 가능성이 크다.

지금 문재인 정부가 할 수 있는 일이 없다는 게 더욱 문제다. 북한의 하는 짓을 보면 예의도 없다. 평양 옥류관 주방장까지 나서 문 대통령을 비아냥대고 있을 정도니 말이다. 우리가 맞대응을 할 수는 없다. 그렇다고 가만히 있으면 당한 느낌을 준다. 문재인 정권의 딜레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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