권력을 택하든지, 돈을 택하든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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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권력을 택하든지, 돈을 택하든지...
  • 신수용 대기자[대표이사. 발행인.대전일보전 대표이사.발행인]
  • 승인 2020.10.17 10:42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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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71년 대통령 선거에 출마한 김대중후보의 대전유세[사진=신수용 대기자db]
1971년 대통령 선거에 출마한 김대중후보의 대전유세[사진=신수용 대기자db]

 

생생하게 기억나는 일이 있다. 김대중(DJ) 전 대통령과 단독 인터뷰를 할 때 였다.

1992년 대선에서 지고, 정계은퇴를 선언한 뒤 영국 유학을 떠났다가 1995년 돌아와 내가 소속된 신문과 특별인터뷰를 통해 정계에 복귀한 후였다.   

1996년 가을께, 그분이 당시 평민당 총재시절인 것같다. 그 무렵 한보그룹 정태수 당시회장의 전방위적 로비의혹을 놓고 국회 청문회열렸다.

금융관계자는 물론 여야 정치권인사들의 연루설이 나왔다.

국회를 출입할 당시여서 유력인사들의 이름이 적힌 여러 건의 증권가' 찌라시'를 입수한 터라 이를 물었다.

  DJ는 당시 김영삼(YS) 문민정부의 부정부패를 언급한 뒤, 사정(司正)과 개혁(改革)의 허구를 신랄하게 비판했다.

 그러면서, 수서지구의혹과 한보그룹특혜대출의혹등을 문제삼았다.

DJ의 얘기는 "정계. 재계 인사들은 권력(명예)을 갖든지, 돈을 갖든지 하나만 택해야한다"라면서 "권력도 갖고 돈을 가지려고 하니까 탈이 난다"고 했다.
 
권력을 쥔 정권 실세들이나 여야 정치인들, 정부 고위관리들은 그 명예만 가져야지, 돈까지 얻으려고 하니까 부정과 부패가 생긴다는 것이다.

그 뒤 대통령당선, 청와대에 입성한 DJ는 취임기자회견에서도 똑같은 지적을 했다.

권력자들은 명예만 갖든지, 명예를 버리고 돈을 택하든지 하라고 말이다.

돌이켜보면 여러 면에서 선각자인 DJ의 이 언급은 지금까지도 딱 맞는다.
 
2020년 국감이 시작 전부터 불거진 라임자산운용사태와 옵티머스사태를 보면 종잡을 수가 없다.

한 쪽에서는 터뜨리고, 한 쪽에서는 아니라고 하고, 실로 어리둥절하게 만든다.

시선은 그들에게 편법과 탈법을 눈감아주거나, 특혜를 주고 댓가를 받은 인물들이 누구냐는 것이다.

이 두가지 의혹과 관련해 정부 금융관계기관 고위급들이 검찰이 조사를 마친 상태다.

라임의 김봉현 전 회장은 법정진술등을 통해  이강세 전대표가  5000만원을   청와대 강기정 정무수석에게 전달하겠다고 해서 가져갔다고 말했다.
  
강기정 전 수석은 그런 사실이 없다며 펄쩍 뛰며 지난 12일 김 전회장을 고소하는등 사태는 확산되는 추세다. 

 여당 의원등 여권 인사들을 겨냥하던 김 전 회장이 지난 16일엔  '옥중 입장문'으로 정치권을 뒤흔들고 있다. 

그는 강 전 수석 등 여권 인사들에게 뇌물을 건넸다는 기존의 진술을 뒤집고 야당과 검사들에게까지 금품 로비를 했다고 폭로했다.

 라임 의혹이 여야를 가리지 않고 전방위로 연루됐다는 의혹이다. 

김 전 회장의 법정진술이 나온 뒤 수세에 몰렸던  더불어민주당은 검찰 수사에 신뢰 문제를 제기하며 대대적인 반격에 나섰다.

민주당은 김 전 회장이 입장문에서 로비 대상으로 언급한 '검사장 출신 야당 유력 정치인'과 '현직 검사 3명'의 실체를 파헤치자고 외쳤다.

그런 뒤 , 이를 계기로 공수처 출범 등 권력기관 개혁 과제에 강력한 드라이브를 걸 태세다.

 민주당 대변인은 "김 전 회장 입장문이 사실이라면 검찰의 기획수사, 선택적 수사의 민낯을 보여준 사례로 매우 충격적"이라고 윤석열 검찰을 겨냥했다.

그는 공수처(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 설치의 필요성을 예로 들며 검찰수사에 불만을 드러냈을 정도다.

뿐만 아니다. 여당의 한 의원은  페이스북에서 "김 전 회장이 청와대에서 돈을 줬다는 기사와 강기정 전 수석의 반박을 보며 조작 가능성이 의심됐는데, 그게 사실로 드러날 것 같다"고 게시했다. 역시 윤석열 검찰총장의 개입이 의심된다고 비판까지 했다. 

단지, 사태의 불똥이 어디로 튈지 모를 상황이기 때문이다.

신수용 대기자[대표이사. 발행인.대전일보전 대표이사.발행인]
신수용 대기자[대표이사. 발행인.대전일보전 대표이사.발행인]

당 일각에서는  피의자의 말만 믿고 휘둘리다가 자칫 헛발질할 수도 있다는 우려도 적지않다. 

국민의 힘의 입장은 더 난처하다. 

라임 사태와 옵티머스사태를  '권력형 게이트'로 규정하고 당내 특별위원회 위원회까지 구성한 국민의힘은 당혹감을 감추지 못하고 있다.

국감 내내  공격의 수위를 높여 온 국민의힘은 난데없는 김 전회장의 입장문에서 야당 쪽에도 로비를했다는 취지의 폭로에 난감해하고 있다.

당 지도부는 공식 논평을 내지 않았다. 당대변인은 앞으로의  수사과정에서 밝혀질 것이라는 반응이다. 

국민의힘내에서는 야당을 비리 커넥션에 넣은 김 전 회장의 주장 자체가 황당하다는 반응이다. 

16일 오후 서울 서초구 대검찰청을 항의 방문한 '라임·옵티머스 권력 비리 게이트 특위' 권성동 위원장은 김 전회장의 말을 믿지 못하겠다는 입장이다.

그는 "범죄 처벌을 무마하려고 야당에 로비를 한다는 것이 과연 현실성 있는 이야기인가"라고 되묻는다. 

그는 "김 전회장이  여당 의원들과 강기정 전 수석 등을 언급한 이후 고소를 당하고 일이 커지자 물타기를 하려는 것 같다"며 완전한 소설이라고 했다.

국민의힘 일각에서는  "야당에 로비를 부탁한다는 건 난센스"라며 "야당이라고 지칭 하지 말고 사실이면 대상자의 이름을 공개하라고 요구했다.

이렇게 정치권력자들 앞에는 적잖은 유혹이 있다.

공권력이든, 사법의 권력이든, 정치의 권력이든 늘 검은 돈과의 유착의혹이 뒤따른다.

그 몫은 이제 검찰이다. 검찰이 손을 대지 못한다면 특임검사(특검)를 임명해서라도 의혹을 벗겨내야한다.

경제침체에다, 산더비처럼 늘어난 국가부채,  코로나 19창궐, 그리고 남북관계악화와 한.미불화, 한.일불화...로 편치 않은 사회가 다시 라임사태와 옵티머스 의혹까지 불거져 갈수록 우려스럽다.

 국회에서 요즘 나도는 찌라시를 보니, 그 중에는 라임과 옵티머스의 편의를 봐준 이도 있다.

몇몇은  이들과 짝짜꿍이되어 특혜와 편법을 자행하고 그 댓가를 받았다는 소문도 나돈다.
 
공권력을 마치 자기 주머니 공깃돌인 양  다룬 이도 몇몇이 거명된다.     

그것도 자칭, '지도자'라는 사람들이 사실여부를 떠나 공직자들이 의혹에 연루되다 보니 나랏 꼴은 엉망진창이다.

윤석열 검찰은 좌고우면해서는 안된다. 권력과 정치권의 눈치를 봐선 더더욱 곤란하다.

윤석열 검찰은 그래서 연전의 드라마처럼 포청천의 모습으로 돌아가 거악일소에 팔을 걷어야한다.

어떤 권력자가  딴지를 걸거나, 수사를 훼방놓으면 그 자체도 수사해야 옳다.

그래야 자칫 기울어 가는 나라꼴이 제대로 선다.

수사를 통해 의혹을 말끔히 씻어내지  '적폐청산'은  헛구호가 된다.  

입다문 국민들은 말이 없지만, 그렇다고 귀와 눈을 닫은 것은 아니다. 

일부 권력자들의 권력을 오용한 탈법과 불법을 가리지 않는 한 이 사회는 반듯해질 수 없다. 

때문에 권력과 돈, 하나만 잡으라는 DJ의 25년 전 명언이 다시 생각나게한다.

***위 기사는 자매회사인 SBN뉴스에도 게재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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