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성 원전 1호기 관련 기록을 지운 산업통상자원부 공무원 2명이 구속됐다.
이것으로 끝날 사안이 아니어서 귀추가 주목된다.
기록 삭제는 산업부 단독으로 했을 리 없어서다.
한국수력원자력도, 청와대도 관련돼 있을 가능성이 크다.
민주당이 수사를 지휘하고 있는 윤석열 검찰총장을 비난했던 이유라고 할 수 있다.
검찰의 칼끝이 정권을 향할 수도 있다고 여겨 그럴 게다.
문재인 대통령은 탈(脫)원전을 공약으로 내세웠다.
그것을 실행하는 과정에서 기록 삭제가 빚어졌다.
이들 두고 정책으로 볼 것이냐가 관심사였다.
그러나 감사원으로부터 수사를 의뢰받아 검찰이 영장을 청구했고, 법원은 이를 발부했다.
다시 말해 범죄가 성립된다는 뜻이다. 기록을 없앤 것은 입이 열 개라도 할 말이 없다.
정책이라면 굳이 없앨 이유가 없었다. 뭔가 정권 차원에서 숨기려는 것 아니냐는 의심을 살 만하다.
정권 차원의 음모(?)는 없으리라고 본다.
하지만 기록을 삭제한 것을 안 이상 그냥 넘어가서도 안 된다.
범죄를 눈감아 줄 수는 없는 까닭이다.
법원이 영장을 발부한 것만 보더라도 알 수 있다.
대한민국은 법치국가이다. 어떤 정책을 집행하던지 법을 위반하면 안 된다.
영장 발부는 그런 의미를 담고 있다고 하겠다. 법원마저 비난할 지도 모르겠다.
대전지법은 4일 공용 전자기록 등 손상·방실 침입·감사원법 위반 등 혐의로 구속영장이 청구된 산업부 공무원 3명 가운데 A국장과 C서기관 등 2명에 대해 구속영장을 발부했다.
오세용 영장전담 부장판사는 이날 오후 2시 30분부터 이들에 대한 구속 전 피의자 심문(영장실질심사)를 벌여 밤 11시50쯤 A국장과 C서기관에 대한 구속영장을 발부했다.
"범행을 부인하고 있고 증거 인멸의 염려가 있다"는 게 영장 발부 사유다.
한편 B과장에 대한 영장은 기각했다.
오 부장판사는 "영장청구된 범죄사실을 대체로 인정하고 있고 이미 확보된 증거들에 비춰 증거인멸이나 도주의 염려가 있다고 보기 어렵다"고 밝혔다.
B과장에 대한 검찰의 도주 우려는 이 사건 구속영장청구서에 기재되지 않은 범행에 관한 것이라는 설명도 덧붙였다. 자료 444건을 지운 C서기관은 ‘신내림 서기관’이라며 조롱당하고 있다.
A국장은 ‘양재천 국장’, B과장은 ‘죽을래 과장’으로도 불린다. A국장은 특히 백운규 전 산업부 장관과 가까운 사이였다고 한다.
양재천을 함께 걷는다고 해 이 같은 별명이 붙었다.
B과장은 지시사항을 따르지 않아 “너 죽을래”라는 얘기를 들었다. 신내림 서기관은 삭제 경위를 추궁받고 “나도 내가 신내림을 받을 줄 알았다”고 했다고 한다.
이제 수사가 윗선으로 향할 것 같다. 백 전 장관과 당시 청와대 산업정책비서관을 지낸 채희봉 한국가스공사 사장, 정재훈 한국수력원자력 사장 등 핵심 피의자들에 대한 소환조사도 조만간 이뤄질 것으로 보인다.
이용구 신임 법무차관이 백 전 장관의 변호인을 맡아 뒷말을 낳고 있는 상황이다. 수사가 어느 선까지 향할지 알 수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