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속보】박원순 피해자, "朴사후에도 인정하지 않는 사람들이 괴롭힌다"...첫 기자회견.[전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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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속보】박원순 피해자, "朴사후에도 인정하지 않는 사람들이 괴롭힌다"...첫 기자회견.[전문]
  • 이은숙 기자
  • 승인 2021.03.17 12:06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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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7일 오전 서울 중구 명동의 한 호텔에서 열린 '서울시장 위력 성폭력 사건 피해자와 함께 말하기' 기자회견에 고 박원순 성폭력 사건 피해자의 자리가 마련돼 있다.[사진= 사진공동취재단.뉴스1]
17일 오전 서울 중구 명동의 한 호텔에서 열린 '서울시장 위력 성폭력 사건 피해자와 함께 말하기' 기자회견에 고 박원순 성폭력 사건 피해자의 자리가 마련돼 있다.[사진= 사진공동취재단.뉴스1]

박원순 전 서울시장 성추행 사건 피해자A씨가 17일 "그분의 위력은 여전히 강하게 존재한다"고 말했다.
 
A씨는 이날 오전 서울 중구 명동의 한 호텔에서'서울시장 위력성폭력사건 공동행동(약칭 공동행동)' 주최로  열린기자회견에서 이같이 밝혔다.

 지난해 7월 박 전 시장이 숨진 후 252일 만으로, 피해자가 직접 목소리를 내는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다만 피해자의 신변보호를 위해 얼굴과 목소리는 송출되지 않았다

A씨는 박 전 시장 피소 이후 느꼈던 심경과 박 전 시장 사망 이후 여권에서 '피해 호소인'으로 불리는 등 자신에게 가해진 2차 가해와 관련해 입장을 밝혔다.

그는 "그분(박원순)의 위력은 그가 세상을 떠난 이후에도 그의 잘못을 인정하지 않는 사람들로 인해 저를 지속적으로 괴롭게 하고 있다"고 말해 2, 3차 가해사실을 밝혔다. 
 
그러면서 "(박 전 시장의) 극단적인 선택으로 인해 가해자와 피해자의 자리가 바뀌었다"며 "분명한 사실은 이 사건의 피해자는 시작부터 끝까지 저라는 사실"이라고 말했다.  
  
피해자는 "제가 일상으로 돌아가기 위해 필요한 것에 대해 긴 시간 고민해온 결과 저의 회복에 가장 필요한 것은 용서라는 것을 깨달았다"며 "용서는 지은 죄나 잘못한 일에 대해 꾸짖거나 벌하지 아니하고 덮어 준다는 의미를 가졌지만 '지은 죄'와 '잘못한 일'이 무엇인지 드러나는 게 먼저라는 뜻이기도 하다"이라고 했다.
 
이어 "제가 겪은 사실을 사실로 인정받는 것 그 기본적인 일을 이루는 과정은 굉장히 험난했다"며 "극단적인 선택으로 인해 가해자와 피해자의 자리가 바뀌었고, 고인을 추모하는 거대한 움직임 속에서 우리 사회에 저라는 인간이 설 자리는 없다고 느껴졌다. 그 속에서 제 피해 사실을 왜곡해 저를 비난하는 2차 가해로부터 저는 쉽게 벗어날 수 없었다"고 털어놨다.
 
피해자는 "그러나 분명한 사실은 이 사건의 피해자는 시작부터 끝까지 저라는 사실"이라며 "아직까지 피해 사실에 관한 의문을 제기하는 분들께서 이제는 소모적 논쟁을 중단해주시기를 간곡히 부탁드린다"고 호소했다.
 
그는 "방어권을 포기한 것은 상대방"이라며 "고인이 살아서 사법절차를 밟고, 스스로 방어권을 행사했다면 조금 더 사건의 진실에 가까워졌을 수 있었다고 생각한다"고 했다.

회견에는 이수정 경기대 범죄심리학과 교수, 김혜정 한국성폭력상담소장, A씨의 전 직장 동료인 이대호 전 서울시 미디어비서관, 피해자 변호인단의 서혜진 변호사 등이 참석했다.

A씨는 그동안 직접 모습을 드러내지 않고 편지와 변호인단, 지원단체 등을 통해 입장을 공개해왔다. 

A씨는 지난해 7월22일에는 입장문을 통해 "어떤 편견도 없이 적법하고 합리적 절차에 따라 과정이 밝혀지길 바란다"고 밝혔다.

그는 또  지난 1월18일 자필 편지에선 박 전 시장 성추행 피소 관련 내용을 박 전 시장 측에 유출했다는 의혹을 받아온 남인순 더불어민주당 의원에게 "진심으로 사과하고 의원직을 내려놓으라"고 하기도 했다.

'4·7 서울시장 보궐선거'를 3주 앞둔 시점에서 여야(與野)는 기자회견이 선거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 예의 주시하고 있다.

공동행동은 "오랫동안 여성, 약자, 소수자들이 웅크린 채 침묵하게 한 사회는 변화하고 있다"라며 "이에 경청하고 사회적인 변화를 책임감 있게 논의해야 하는 때로, 성평등한 내일로 한 걸음 내딛기 위한 중요한 말하기와 듣기의 장에 함께 해주길 바란다"고 밝혔다.

 회견의 주제는  '멈춰서 성찰하고, 성평등한 내일로 한 걸음'이다.

앞서 박 전 시장은 지난해 7월8일 전 비서에게 강제추행, 성폭력처벌법위반(통신매체이용음란, 업무상위력등에 의한 추행) 혐의로 피소됐다. 

박 전 시장은 다음날인 9일 오전 측근에 "이 파고는 넘기 힘들 것 같다"는 문자메시지를 남긴 뒤 10일 자정쯤 시신으로 발견됐다.

박 전 시장 성추행 피소 건은 박 전 시장의 사망으로 '공소권 없음'으로 종결됐다.

 서울시 관계자들의 방조 의혹도 무혐의 처분을 받았다. 

그러나 국가인권위원회는 지난 1월25일 박 전 시장 성추행 의혹에 대해 "성희롱에 해당한다"며 일부 사실로 인정했다.

한편 서울시장 보궐선거를 앞두고 있는 가운데 A씨가 회견에서 어떤 발언을 할지 정치권의 관심이 쏠리고 있다.

 민주당 박영선 서울시장 후보는 지난 8일 여성의날을 맞아 "피해 여성에게 다시 한번 진심 어린 사과를 대표로 대신 드린다"고 했다. 

이에 대해 국민의힘 오세훈 후보는 "출마 선언 이후 40여일 만에 나온 늦어도 너무 때늦은 사과"라고 한 바 있다.

입장문은 송란희 한국여성의전화 상임대표가 대독했다. 
 
[송란희 상임대표가 대독한 피해자 입장문]

더 늦기 전에 말하고 싶습니다. 그분의 위력은 그의 잘못에 대해 그 사람을 향해 잘못이라 말하지 못하게 만들었습니다. 그분의 위력은 그의 잘목을 다른 사람들에게 말할 때 그 내용을 다듬고 다듬으며 수백번 고민하도록 만들었습니다.  
 
그분의 위력은 그의 잘못이 점점 심각한 수준이 되더라도 그 무게를 온전히 제가 감내하도록 만들었습니다. 그분의 위력은 그의 잘못으로 인해 제가 겪는 피해보다 그 사람이 가진 것을 잃었을 때 제가 직면하게 될 어마어마한 상황을 두려워하도록 만들었습니다.
 
그분의 위력은 그가 세상을 떠난 이후에도 그의 잘못을 인정하지 않는 사람들로 인해 저를 지속적으로 괴롭게 하고 있습니다. 그분의 위력은 자신들만이 정의라고 생각하는 사람들이 무자비하게 저를 괴롭힐 때에 그들의 이념을 보호하기 위한 수단으로 활용됐고 저를 괴롭히는 일에 동조하도록 했습니다.
 
그분의 위력은 여전히 강하게 존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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