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근호 일상칼럼】끝날 때까지 끝난 게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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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근호 일상칼럼】끝날 때까지 끝난 게 아니다.
  • 조근호변호사( 대전지검 전 검사장.부산고검 전고검장.법무연수원장.행복마루대표)
  • 승인 2022.06.14 10:4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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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2 Dutch Open 골프대회에서 역전승한 페레스선수가 우승컵을 들고 기뻐하고 있다[사진=조 변호사 제공]
2022 Dutch Open 골프대회에서 역전승한 페레스선수가 우승컵을 들고 기뻐하고 있다[사진=조 변호사 제공]

지난주 화요일 저녁 늦게 귀가하였습니다. 늘 그렇듯이 텔레비전에는 골프 채널이 틀어져 있었습니다. 무심결에 보니 2022 Dutch Open 골프대회 마지막 날 경기였습니다.

선두는 뉴질랜드 프로골퍼 Fox Ryan였습니다. 2위인 프랑스 프로골퍼 Perez Victor와 3타 차이였습니다. Fox는 18번 마지막홀 티샷을 준비하고 있었습니다. 18홀에서 3타차이가 뒤집히기란 현실적으로 불가능합니다. 이때만 해도 Fox의 우승을 의심한 사람은 아무도 없었습니다.

그런데 역시 '골프는 장갑 벗을 때까지 알 수 없다'라는 격언처럼 Fox의 첫 번째 샷이 물에 빠지고 말았습니다. 결과는 2타를 까먹어 2위와 1타차 선두를 유지하게 되었습니다.

이때 2위를 달리고 있던 Perez가 17번홀에서 10.7미터짜리 버디퍼트를 성공시킵니다. 단숨에 동타가 되었습니다. 18번홀은 파로 마무리하여 두 선수는 연장전에 들어갔습니다.

<연장 첫 번째 홀, 파 5>

첫 번째 샷은 두 선수 모두 페어웨이 가운데로 잘 쳤습니다. 모두 2번째 샷에서 그린에 올리려고 합니다. 그래야 버디(-1)를 할 수 있으니까요.

먼저 Perez가 친 두 번째 샷은 그린을 벗어나 떨어졌습니다. 반면 Fox가 친 두 번째 샷은 그린에 잘 올라갔습니다. Fox는 여유 있게 버디를 할 수 있고 Perez는 3번째 샷을 핀에 가깝게 붙여야 합니다.

그러나 Perez의 3번째 샷은 핀에 모자라 5미터 정도의 퍼팅을 남겨놓았습니다. Fox는 3번째 퍼팅으로 핀에 붙여 가볍게 버디를 합니다.

Perez가 5미터 퍼팅을 놓치면 Fox의 우승입니다. Fox의 표정에는 여유가 있습니다. Perez가 퍼팅을 하였습니다. 똘똘똘 굴러 공이 홀컵으로 들어가 버립니다. Perez는 주먹을 불끈 쥡니다. 다시 연장전입니다.

<연장 두 번째 홀, 파 5>

연장 두 번째 홀도 연장 첫 번째와 같은 홀에서 벌어졌습니다. Fox는 4타째 4미터 정도의 버디 퍼팅을 남겨 놓고, Perez는 5타째 2미터 정도의 파 퍼팅을 남겨 놓았습니다.

Fox의 퍼팅이 홀 컵을 살짝 빗겨 나갑니다. 파(0)입니다. Perez가 이 퍼팅을 놓치면 Fox의 우승입니다. 이런 압박 상황에서 2미터도 쉽지 않습니다. Perez가 퍼팅한 공은 정확하게 홀에 들어갑니다. 동타입니다.

<연장 세 번째 홀, 파 5>

역시 같은 홀입니다. Fox는 두 번째 친공이 그린 위에 올라갔습니다. 반면, Perez는 세 번째 친공인 Fox의 공과 거의 같은 위치에 올라갔습니다. 절대적으로 Fox가 유리한 상황입니다. 연장 1,2,3번 홀 모두 Fox의 샷 정확도가 훨씬 높았습니다.

Fox가 퍼팅하였습니다. 안타깝게 홀 앞에 그대로 서 버립니다. 버디(-1)입니다. Perez의 퍼팅은 거의 7미터 이상 되어 보입니다. 이 퍼팅도 들어간다면 기적이라고 말할 수밖에 없습니다.

Perez가 퍼팅을 합니다. 공은 홀 컵을 찾아 정확하게 달려갑니다. 공이 들어가기도 전에 Perez는 홀 인을 확인하고 퍼터를 번쩍 들어 올립니다. 이런 일이 있습니까? Perez는 이런 긴 퍼팅을 17번 홀, 연장 첫 번째 홀, 연장 세 번째 홀 연속으로 성공시킵니다.

보는 사람 모두가 기가 질리는데 경쟁자인 Fox의 심정은 어떨까요? 샷은 본인이 훨씬 더 잘하는데 퍼팅에서 악착같이 상대가 쫓아 오고 있습니다. 무서운 생각이 들 것 같습니다. 다시 연장전입니다.

<연장 네 번째 홀, 파 3>

연장 세 번째 홀까지 승부가 나지 않자 주최 측이 이번에는 홀을 바꾸었습니다. 170야드, 파3 17번 홀입니다. Fox의 샷은 정확하게 그린에 올라갑니다. 약 4미터 정도 홀 컵에 붙였습니다.

Perez의 샷 순서입니다. 앗 그런데 홀 컵에 많이 못 미쳤습니다. 17번홀에서 10.7미터를 넣을 때 상황과 정말 똑같습니다. 거리도 그 정도 남았습니다. 거리도 거리지만 언덕을 넘어가야 합니다.

Perez가 퍼팅하였습니다. 설마 이번에도. 그러나 공은 홀 컵을 향해 어김없이 달려갑니다. 아이고, 이게 무슨 일입니까? 또 들어갔습니다. 4번째 장거리 퍼팅을 성공시켰습니다.

Fox가 퍼팅합니다. 훨씬 짧은 거리인데 기가 질려서인지 홀 컵에 못 미칩니다. Perez의 우승입니다. 드라마도 이런 드라마가 없습니다. 제가 평생 얼마나 많은 골프 대회를 보았겠습니까? 그중 단연 이번 시합이 1위입니다. Dutch Open 이런 대회가 있는 줄도 몰랐는데 평생 기억에 남을 경기를 본 것입니다.

저는 생중계를 보는 줄 알았는데 이미 8일 전에 한 경기였습니다. 결과를 모르고 보았더니 너무 재미있었습니다. 그 바람에 2시간을 경기 중계에 몰입하였습니다.

이런 경기 때문에 "끝날 때까지는 끝난 게 아니다. It ain't over till it's over.”라는 말이 생겨났나 봅니다. 뉴욕 양키즈 역사상 최고의 포수였던 요기 베라가 뉴욕 메츠 감독 시절이었던 1973년 한 말입니다.

저는 이 경기를 보고 인생이나 사업이나 <끝날 때까지는 끝난 게 아니다>라는 교훈을 다시금 새겼습니다.

여러분, 끝날 때까지는 끝난 게 아닙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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