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근호 일상칼럼】MZ세대의 축제에 가보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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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근호 일상칼럼】MZ세대의 축제에 가보니.
  • 조근호변호사( 대전지검 전 검사장.부산고검 전고검장.법무연수원장.행복마루대표)
  • 승인 2022.07.11 09: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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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근호변호사( 대전지검 전 검사장.부산고검 전고검장.법무연수원장.행복마루대표)
조근호변호사( 대전지검 전 검사장.부산고검 전고검장.법무연수원장.행복마루대표)

지난 토요일 오후 5시경 지인의 초대로 정말 오랜만에 서울랜드를 찾았습니다. 그분은 서울랜드에서 S2O 축제가 열리니 구경해 두면 MZ 세대가 무엇을 어떻게 즐기는지 알 수 있을 것이라 했습니다.

S2O 관련 이미지 몇 장을 보내주었지만 그것만으로는 도저히 어떤 행사인지 알 수가 없었습니다. 어렵사리 행사장 안으로 들어가 자리를 잡았습니다. 행사장은 서울랜드 뒤편 빈 공간을 사용하여 만든 야외 공연장이었습니다.

전면에 설치된 무대에는 중앙 높은 단상에 DJ 박스가 있고 그 뒤쪽에는 원형으로 만든 대형 스크린 세 개에서 강렬하고 자극적인 영상들이 쉴 새 없이 쏟아지고 있었습니다.

그 앞 공터에는 그곳을 빼곡히 메운 수천 명의 젊은 남녀들이 댄스 음악에 맞춰 신나게 몸을 흔들고 있었습니다. 무대 정면으로 양옆에는 높은 단 위에 VVIP 좌석들이 수십 개 만들어져 있었습니다.

저는 그중 하나에 자리를 잡고 앉았습니다. 간신히 정신을 차리고 좌중을 둘러보니 대부분 20대였고 제가 이곳의 평균 연령을 확 높이고 있었습니다. 그러나 저는 국외자이자 관찰자이니 상관없습니다.

핸드폰으로 이 대회가 무슨 대회인지 검색해 보았습니다. S2O KOREA는 태국의 세계적인 음악축제 ‘송크란 뮤직 페스티벌’을 한국에 도입하여 여는 행사입니다. 이 페스티벌은 일렉트로닉 댄스 뮤직(EDM)과 100만 리터의 워터 시스템을 결합하여 흥을 돋웁니다.

송크란은 태국의 설날인 4월 13일부터 15일까지 3일간 열리는 축제입니다. 그 기간에 가장 큰 행사는 액운을 쫓아내는 의미를 가진 물 뿌리기 행사입니다. 송크란 뮤직 페스티벌은 그 축제의 현대판입니다. 행사명 S2O는 Songkran의 첫 글자 S와 물의 화학식 H2O를 결합한 것입니다.

이쯤 공부를 하고 관중들을 보았습니다. 수영복이나 그 비슷한 옷을 입은 20대 남녀가 저마다 큰 물총을 들고 서로에게 물을 쏘아대며 EDM에 맞춰 춤을 추고 있었습니다.

그러다가 관중석을 둘러싸고 설치된 물 대포에서 가끔 소방호스의 물길 같은 물이 퍼부어졌습니다. 그 순간 모두 열광하며 물 폭탄을 만끽하고 있었습니다. 이곳은 풀 없는 수영장입니다.

국외자인 저도 저절로 흥이 났습니다. '아하 요즘 MZ 세대는 이렇게 노는구나.' 무엇인가 확 깨달아지는 것이 있었습니다.

전혀 새로운 세상, 그 세상에서 사는 MZ 세대와 그들이 무엇에 열광하는지 전혀 모르는 저 같은 꼰대 세대 간에 소통이 과연 가능할까요?

그러나 현장을 직접 보니 MZ 세대와 꼰대 세대의 내면 욕망은 같은 것일지 모른다는 생각을 했습니다. '음악에 몸을 내맡긴 채 자신의 일상으로부터 탈출하려는 간절한 몸부림'은 늘 있었습니다.

고대 그리스에는 신들을 위한 축제가 많았습니다. 축제가 끝나면 부유층들은 자신의 집에서 <심포지엄>을 열었습니다. <심포지엄>에는 음주, 가무가 늘 있었습니다.

그 심포지엄과 S2O는 규모와 형태만 다를 뿐 본질은 같습니다. ‘관념’이 아니라 ‘감각’이 지배하는 세계입니다. 이 <감각적인 쾌락>은 슬프디슬픈 세상에서 인간을 위로하는 유일한 처방이었습니다.

인간은 시대를 불문하고 이런 <감각적 쾌락>의 시간을 가져왔습니다. 그것만이 또다시 세상을 살아가게 하는 힘을 주었으니까요.

그러나 그리스의 철학자 소크라테스는 이 음주 파티를 비난한 후, 심포지엄에서 술과 여인과 노래를 금지시키고, 참석자들이 오직 대화에만 전념하도록 가르칩니다.

대린 맥마흔이 쓴 <행복의 역사>는 이를 이렇게 설명합니다. "소크라테스는 오랫동안 이 슬픈 세상에서 그리스인들을 위로해 왔던 감각적인 쾌락을 걷어 냈다. 이제 행복은 헤도니즘, 즉 쾌락주의가 아니다. 소크라테스는 신과 같이 되는 것을 행복의 목표로 삼았다."

소크라테스 이후 인류는 <감각적 쾌락> 행사에 참가할 때마다 죄책감을 가지게 되었습니다. 그러나 그런 행사는 시대와 관계없이 지구촌 전역에 있었습니다. 다들 소크라테스는 몰라도 축제는 즐겼습니다.

제가 대학교 1학년 때 디스코 춤이 고고 춤을 몰아내고 전 세계 젊은이들을 열광시켰습니다. 저희는 디스코장에서 S2O에 참석한 젊은이들과 같은 <감각적 쾌락>을 즐겼습니다.

그때와 달라진 것이 있다면 장소가 실내의 <밀실>이 아니라 실외의 <광장>으로 바뀐 것입니다. 옷차림은 더 과감하게 야해졌지만 공간은 더 투명하게 밝아졌습니다.

저희는 소크라테스에 대한 죄책감으로 몰래 숨어서 <감각적 쾌락>을 즐겼다면 MZ 세대는 소크라테스에 아랑곳하지 않고 당당하게 자신들을 드러내고 <감각적 쾌락>을 즐기고 있었습니다.

서울랜드에 어둠이 깔리기 시작하자 <감각>은 더 예민해지고 <쾌락>은 절정으로 치닫습니다. 자리에 앉아 이 순간을 객창감으로 지켜보기에는 현장의 열기가 너무도 강렬합니다. 저도 일행들과 같이 일어섰습니다. 정말 오랜만에 춤에 제 자신을 맡기고 리듬을 타기 시작하였습니다.

무의식 세계 밑바닥에 내팽개쳐 있던 춤의 본능이 서서히 깨어나고 있습니다. ‘맞아. 예전에 나는 이런 음악에 이런 몸짓을 하였었지.’ 저도 모르게 다 잊었던 몸의 움직임이 기억나기 시작하였습니다.

너무 좋은 느낌이었습니다. 모두가 하나 되는 일체감도 느껴집니다. 좋은 기운이 제 몸을 휘감습니다. 꼰대 세대인 제가 이런 느낌인데 MZ 세대의 감각은 어떠할까요? 그들에게 이곳은 해방구입니다.

MZ 세대는 세상에 치여 살고 있습니다. 대학 시절, 취업 준비, 신입사원 그 어느 하나 만만한 것이 없습니다. 오죽하면 그들을 통칭하는 이대만, 이대녀라는 단어가 만들어졌을까요.

MZ 세대에게는 일상으로부터의 탈출구와 기성문화에 대한 배설구가 필요합니다. S2O는 그런 현장입니다. 정치인들이 이런 현장을 경험하지 않고 MZ 세대를 논하는 것은 허상이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밤이 깊어 지자 이곳은 광란의 도가니입니다. 음악도 최고조에 달하고 함성도 이를 넘어섭니다. 연신 터지는 물 폭탄과 레이저 쇼는 이들을 쾌락의 세계 이리저리로 끌고 다니고 있습니다.

모두들 주위 사람은 전혀 의식하지 않고 자신의 감각 세계에 빠져 쾌락 지상주의자로 이 순간을 즐기고 있습니다. 그 모습이 아름다워 보입니다. 디스코장에서 블루스 타임에 남녀가 부둥켜안고 쾌락을 즐기던 장면과 비교해 보면 훨씬 멋있고 순수합니다.

그 행사는 밤 10시까지였지만 저희는 9시경 행사장을 빠져나왔습니다. 잠시 천국 같은 전혀 다른 세상을 다녀온 느낌입니다. 기회가 닿으면 다시 가보고 싶을 정도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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