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근호 칼럼】두달 짜리 가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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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근호 칼럼】두달 짜리 가을
  • 조근호 변호사(전 대전지검장.전 부산고검장,전 법무연수원장. 행복마루 대표변호사)
  • 승인 2022.09.26 10:3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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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을 길목의 대전 안영동 뿌리공원길의 코스모스[사진=본지 db].png
가을 길목의 대전 안영동 뿌리공원길의 코스모스[사진=본지 db].png

이제 가을이 확실한 모양입니다. 아침저녁으로 창문을 열고 있으면 쌀쌀해 문을 닫고 싶어집니다. 늘 계절은 슬그머니 우리 곁을 왔다가 또 말도 없이 가버립니다.

2022년 여름도 그렇게 시작해 그렇게 끝이 났습니다. 그 여름 동안 많은 일들이 있었습니다. 저는 문득 여름의 정의가 궁금해졌습니다. 정확하게 언제부터 언제까지를 여름이라고 할까요? 여러분은 아시나요?

위키피디아를 찾아보니 가장 간단한 정의는 북반구에서는 태양력 기준으로 6월부터 8월까지이고 남반구에서는 12월부터 2월까지입니다.

그러나 조금 따지고 들어가면 여름에 대한 정의는 다소 복잡합니다. 계절이 생기는 이유는 지구의 자전축이 23.5도 기울어져 있기 때문에 북반구가 태양에 가까워질 때가 있습니다. 이때가 여름입니다.

태양의 움직임에 따라 나눈 24절기로 여름은 입하(立夏)부터 입추(立秋) 전까지입니다. 2022년 입하는 5월 5일이었고 입추는 8월 7일입니다. 그러니 절기로 보면 2022년 한국의 여름은 5월 5일부터 8월 6일까지입니다. 그런데 우리의 계절 느낌과 많이 다릅니다.

그 이유는 24절기가 중국 화북지방, 즉 베이징을 기준으로 정해 한국 기후와 맞지 않기 때문이라고 합니다. 그래서 일부에서는 하지(6월 21일)에서 추분(9월 23일) 전까지라고 하기도 하는데 제 생각에는 절기 명칭과 부합하지 않아 다소 꿰맞춘 느낌이 듭니다.

기상학적으로는 “9일간 일평균기온의 이동 평균이 20도 이상으로 올라간 후 떨어지지 않으면 그 첫날”부터 여름이 됩니다. 복잡한 것 같습니다. 그러나 이것이 우리의 체감 여름과 가장 정확하게 맞아떨어집니다.

한국의 여름이 가장 빨리 시작하는 곳은 대구와 서귀포로 5월 7일~13일 경입니다. 서울은 5월 25일 전후입니다.

그러면 기상학적으로 여름은 언제 끝이 날까요? 가을이 시작하면 여름이 끝나니 기상학적인 가을의 정의를 살펴보겠습니다. “9일간 일평균기온의 이동 평균이 20도 미만으로 떨어진 뒤 다시 올라가지 않는 첫날”부터 가을에 해당됩니다. 역시 복잡합니다.

이 기준에 따르면 가을은 대구가 가장 빨리 9월 25일경 시작되고 서울은 9월 말경, 부산은 10월 초 시작됩니다. 우리는 보통 봄, 여름, 가을, 겨울이 각 3개월씩이라고 알고 있는데 기상학적인 계절은 좀 다른 것 같습니다.

눈치채셨나요? 서울의 여름은 5월 25일경부터 9월 말까지 무려 4개월입니다. 이제 우리 체감과 맞는 것 같습니다. 기상학적인 정의는 온도를 기준으로 하니 당연히 우리 체감과 같을 것입니다. 내친김에 가을, 겨울, 봄의 정의와 기간도 알아보겠습니다.

가을에 대한 일반적인 정의는 9월부터 11월입니다. 2022년 기준으로 절기로는 입추(8월 7일)부터 입동(11월 7일) 전까지입니다. 절기가 베이징을 기준으로 정한 것을 감안하여 한국에 맞게 보정하면 추분(9월 23일)부터 동지(12월 22일) 전까지입니다.

그런데 우리의 체감 가을과 어딘지 모르게 안 맞는 것 같습니다. 동지(12월 22일)은 크리스마스(12월 25일) 3일 전인데 그때는 이미 추워서 눈까지 내릴 때입니다. 화이트 크리스마스가 바로 눈 성탄절이지요.

기상학적으로 가을의 끝을 알려면 겨울의 시작을 알아야 합니다. 겨울은 “9일간 일평균기온의 이동 평균이 5도 미만으로 떨어진 뒤 올라가지 않는 첫날”부터 시작됩니다. 이 기준에 따르면 서울은 11월 22일경부터, 대구는 12월 7일경부터, 부산은 12월 22일경부터 겨울이 시작됩니다.

이를 감안하면 서울의 가을은 9월 말부터 11월 22일까지입니다. 우리가 하늘이 높고 날씨가 기가 막힌 가을이 너무 짧다고 아쉬워하는데 기상학적으로 가을은 불과 2개월도 채 안 됩니다. 그래서 가을이 짧게 느껴졌던 것입니다. 가을이 막연히 3개월쯤 되리라는 것은 착각이었습니다.

조근호변호사( 대전지검 전 검사장.부산고검 전고검장.법무연수원장.행복마루대표).jpg
조근호변호사( 대전지검 전 검사장.부산고검 전고검장.법무연수원장.행복마루대표).jpg

그러면 겨울은 얼마나 길까요. 우리는 겨울을 길게 느낀 때가 많았습니다. 여기까지 읽으시면 대략 감이 오시리라 느껴집니다. 여름과 겨울은 길고 봄과 가을은 짧을 거라는 것 말입니다.

기상학적으로 겨울의 정의와 기간을 알아보겠습니다. 서울은 기상학적으로 겨울이 11월 22일경 시작된다고 이미 말씀드렸습니다.

기상학적으로 “9일간 일평균기온의 이동 평균이 5도 이상 올라간 후 떨어지지 않는 첫날”부터 봄에 해당됩니다. 서울은 3월 중순 시작되고 한국에서 봄이 가장 늦게 시작되는 곳은 대관령으로 4월 7일에서 10일 사이입니다. 서울과 거의 한 달의 차이가 있습니다.

따라서 서울의 겨울은 11월 22일경 시작해서 3월 중순경 끝이 납니다. 약 4개월가량 됩니다. 그러니 겨울이 길다고 느끼는 것도 무리가 아닙니다. 우리가 계절이 길다 짧다 느끼는 기준은 계절이 3개월이라 생각하기 때문에 4개월이나 되는 여름과 겨울은 길게 느껴지고 2개월에 불과한 봄과 가을은 짧게 느껴지는 것입니다.

기상학적으로 서울의 봄, 여름, 가을, 겨울의 시기를 다시 정리해 보겠습니다.

봄은 3월 중순부터 5월 25일경까지 2개월입니다.

여름은 5월 25일경부터 9월 말까지 4개월입니다.

가을은 9월 말부터 11월 22일경까지 2개월입니다.

겨울은 11월 22일경부터 3월 중순까지 4개월입니다.

오늘이 9월 26일입니다. 이제 가을이 시작되었습니다.

4개월간 우리에게 장마, 폭우, 폭염, 태풍 등을 몰고 왔던 여름은 가고 흔히 쓰는 표현대로 천고마비의 계절, 가을이 왔습니다.

그런데 아쉽게도 이 가을은 11월 22일까지 불과 두 달이 채 못됩니다. 이 가을 야외활동을 하며 좋은 추억을 많이 쌓고 싶습니다.

여러분은 2022년 가을 2개월을 어떻게 보낼 계획인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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