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비밀투표가 뭔지도 모르는 세종시의원?
상태바
【단독】 비밀투표가 뭔지도 모르는 세종시의원?
  • 인장교 기자
  • 승인 2023.03.15 17:26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 국힘 세종시의원들, “절차상 중대한 하자...표결권 침해” 입장 밝혀
- 조작 실수 인정한 김학서 의원, ‘비밀’투표를 ‘공개’투표로 바꿨다는 비판받아
- 시의회 관계자, “정상적이었다면 의장의 투표종료선언 이후 화면 노출...그랬다면 문제제기 자체가 있지 않았을 것”
- 민주당 A시의원, “화면노출이 오히려 국힘에 유리...표결결과 그대로 확정될 사안이었다”
- 김 의원 주변 의원들 및 사무처 직원, “김 의원, 화면노출 후 허둥지둥...개인의 실수를 ‘남탓’과 ‘책임회피’하는 모습에 실망”

최민호 세종시장이 거부권을 행사하며 재의를 요청한 ‘세종특별자치시 출자‧출연기관의 운영에 관한 조례 일부개정조례안’(이하 출자기관등 조례안)이 지난 13일 세종시의회에서 예상을 벗어나 통과되면서 시의회 안팎으로 파열음이 커지고 있는 형국이다.

최민호 시장이 재의 요구한 조례안이 세종시의회를 통과한 후 긴급기자회견을 열고 문제를 제기하는 김광운 의원(좌)과 김학서 의원(우) [사진=권오주 기자].jpg.
최민호 시장이 재의 요구한 조례안이 세종시의회를 통과한 후 긴급기자회견을 열고 문제를 제기하는 김광운 의원(좌)과 김학서 의원(우) [사진=권오주 기자].jpg.

세종시의회 국민의힘 소속 의원들은 조례가 통과된 다음날인 지난 14일 입장문을 통해 “투표과정에서 ‘의사 절차상의 중대한 하자’가 있었다”고 문제를 제기했다.

그러면서 “김학서 의원이 투표기 조작을 실수하여 진의와 달리 반대가 아닌 찬성버튼을 누른 후 이를 수정하려 했으나 시스템이 작동하지 않았고, 투표 종료 선언을 하지 말 것을 의장에게 요청했는데 그대로 종료됐다”고 주장했다.

이와 관련해 이번 조례안 투표는 비밀투표임에도 김 의원이 공공연하게 자신의 투표결과를 공개하며 ‘표결권 침해’를 주장하는 것에 대해 무기명투표의 제도적 취지를 무색케 했다는 비판에 직면하게 됐다.

이번 재의요구로 상정된 조례안에 대한 투표절차는 비밀투표인 무기명투표로 진행되었다. 

지방자치법 제74조 6호에 지방자치단체의 장이 재의 요구한 조례안에 관한 의결은 무기명투표로 한다고 규정되어 있다. 또한 세종특별자치시의회 회의 규칙 제50조 제3항에 따라 이번 조례안 표결은 ‘무기명전자투표’로 행하게 된 것이다.

무기명투표는 투표행위를 하는 개인에 대한 비밀이 보장된다. 의원이 외부의 압력에 구애되지 않고 자신의 진의를 표시할 수 있도록 마련된 제도적 장치인 것이다.

세종시의회 민주당 소속 A의원은 “소신 표결을 보장하기 위해 비밀투표를 하는 것인데 자신의 투표행위가 실수이니 정정하겠다고 공개적으로 표명하는 김 의원의 행동은 자질부족을 떠나 무기명투표제도의 취지를 망각한 행동”이라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상 의장의 투료 종료선언 전에 화면을 통해 ‘가결’ 자막이 뜬 것은 오히려 국민의힘을 도와준 꼴”이라며, “시의회에서 잘못해 게시하지 않았다면 그대로 표결이 확정되었을 것이다. 투표종결 전 화면노출로 인해 되레 김 의원이 자신의 실수를 인지하게 된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김 의원의 주변에 앉아 있던 B의원과 C의원의 주장도 이를 뒷받침한다. “20명의 의원이 모두 투표를 마친 후 기다리는 상황에서 화면이 노출되자마자 김 의원이 허둥대기 시작했고, 옆 의원에게 가 대화를 나누기도 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이를 통해 김 의원이 화면으로 노출된 ‘가결’ 자막을 본 후 자신의 투표행위가 실수였다는 사실을 인지한 것으로 파악했다”고 주장했다.

시의회 관계자는 “메뉴얼은 의장이 종료선언을 한 후 가결 자막이 노출되는 것”이라며, “오히려 매뉴얼에 충실히 따랐다면 표결종료선언 전 김 의원이 실수를 인지하지 못했을 것이고, 이러한 사태 자체도 존재하지 않았을 것”이라고 말했다.

시의회 사무처는 해당 업무를 담당한 직원의 긴장으로 인해 실수가 있었다고 인정한 바 있다.

시의원 D씨는 “비밀투표인 무기명투표는 소신 있는 투표를 보장하기 위한 제도”라며, “설사 김 의원이 투표기 조작을 실수했다 하더라도 비밀을 유지했어야 맞다. 이번 일로 인해 세종시의회는 전국의 웃음거리가 되었다”며 탄식했다.

복수의 시의원 및 사무처 직원들은 “실수는 결국 김 의원이 했다”며, “자신의 실수를 남 탓하며 책임 회피하는 모습에 실망스럽다”고 아쉬워했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
주요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