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석영 칼럼】미군이 인질로 잡힌 미국인 구출하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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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석영 칼럼】미군이 인질로 잡힌 미국인 구출하기
  • 장석영 언론인(서울신문 전기자, 정치부장,논설위원,편집국장.대한언론인협회부회장)
  • 승인 2020.11.03 13: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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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석영 언론인(서울신문 전기자, 정치부장,논설위원,편집국장.대한언론인협회부회장)
장석영 언론인(서울신문 전기자, 정치부장,논설위원,편집국장.대한언론인협회부회장)

국가의 존재 이유는 한마디로 ‘국민기본권 보호의 의무를 다 하는 것’이다. 다시 말해서 국가란 근원적으로 국민의 생명과 신체. 재산을 보호하기 위해 존재한다는 것이다.  그 같은 명제를 명확히 보여준 사례가 미국 대선을 사흘 앞둔 지난 10월 31일  미 해군 특전단 ‘네이비실’ 요원들에 의해 이뤄졌다.
 보도에 따르면 특전단 요원 30여명은 아프리카 니제르와 나이지리아 국경 근처에서 5일 전 무장 괴한들에 의해 납치된 미국 선교사 아들 필립 월턴(27)씨를 한밤중에 낙하산을 타고 인질범 아지트로 침투해 구출해냈다고 미 국방부가 발표했다. 구출작전을 승인한 트럼프 미 대통령은 작전이 성공한 직후 자신의 트위터에 이 사실을 알리면서 기뻐했다. 
 인질범들은 월턴의 몸값으로 100만 달러를 요구했으며, 조건이 수용되지 않으면 인질을 테러조직에 팔아넘길 계획이었다고 한다. 인질범들은 6명 가운데 5명은 사살됐고, 나머지 한 명은 도주한 것으로 전해졌다. 월턴 씨는 총격전에서 다치지 않았으며 헬기를 타고 안전하게 이송됐다. 그리고 미군의 부상이나 사망은 없었다고 미 국방부 대변인이 밝혔다.
 트럼프 대통령은 트위터에 “ 우리 용감한 전사들이 나이지리아에서 납치됐던 미국 국민을 구출했다. 우리는 대담한 야간작전을 수행한 용감한 군인들에게 경의를 표한다.”며 찬사를 보냈다. 이 기사를 읽고 미국은 자기나라 국민이 테러를 당하거나 인질로 붙잡히는 경우 돈이 얼마가 들든 어떤 희생을 치루고 라도 반드시 응징 보복한다는 확고한 원칙이 서 있다는 사실을 다시 한 번 확인할 수 있었다. 
 미국은 2001년 뉴욕에서 9.11 테러를 당한 이후 주범인 빈 라덴을 체포하기 위해 10년 동안 우리 돈 430조원을 썼다. 간접비용까지 합치면 1,000조원 이상을 들여가며 기어이 빈 라덴을 찾아내 사살했다. 빈 라덴 사살작전은 2011년 5월 2일 파키스탄의 이슬라마바드에서 미 CIA의 주도로 시작됐다. 당시 오바마 미 대통령은 백악관 지하 벙커에서 미 해군 특수대원의 헬멧 특수카메라로 중계되는 작전을 위성을 통해 처음부터 끝까지 지켜보면서 작전을 지시했다.
 2015년 말 북한을 방문했다가 사소한 일로 붙잡혀 17개월 동안 억류 감금된 상태로 고문까지 당해 식물인간이 되어 북한에서 풀려나자마자 미국에 와서 사망한 원비어사건의 경우를 봐도 그렇다. 미국의 언론을 비롯해서 정치권, 사법기관, 지식인 등이 모두 들고 일어났다. 그 결과 미국 법원은 북한정부에 대해 5억113만 달러, 우리 돈 약 5천6백43억 원의 배상판결을 내렸다. 이게 미국이다. 국가란 이런 것이다.
 지난 9월 22일 서해상에서 북한군에 의해 무자비하게 사살된 뒤 불태워진 우리나라 해양수산부 공무원 이씨. 그는 비무장 상태의 죄 없는 대한민국 국민이었다. 대한민국 헌법 제 10조는 이렇게 되어있다. “모든 국민은 인간으로서의 존엄과 가치를 가지며, 행복을 추구할 권리를 가진다. 국가는 개인이 가지는 불가침의 기본적 인권을 확인하고 이를 보장할 의무를 진다” 이 조항은 그저 보기 좋으라고 써놓은 것이 아니다. 대한민국이라는 국가의 존재 이유를 명문화한 것이다.
 바다에 빠진 채로 북한군의 총격으로 사살돼 불태워진 이씨의 아들은 문재인 대통령에게 친필 편지를 보냈다. “아빠가 잔인하게 죽임을 당할 때 이 나라는 무엇을 하고 있었습니까?”  무엇을 했을까? “아버지가 잔인하게 죽임을 당할 때” 그 나라는 자고 있었다. 더불어 민주당 윤건영 의원은 “ 새벽 두시 반에 대통령에게 보고했을 때, 대통령이 취할 수 있는 조치란 굉장히 제한적이다”라고 했다. 그래서 아침에 보고했다는 것이다. 
 그러나 정상적인 나라의 대통령이라면 “왜 깨우지 않았느냐?”고 참모를 질책했어야 한다. 아들은 다시 물었다. “ 이 고통이 대통령님의 자녀나 손자라면 지금처럼 하실 수 있겠습니까?” 대통령은 답장에서 “아버지에 대한 존경의 마음과 안타까움이 너무나 절절이 배어있어 읽는 내내 가슴이 저렸다. 깊은 위로의 마음을 전한다.”고 했다. 그러면서 “해경의 조사와 수색결과를 기다려주길 부탁한다.”고 했다. 애당초 큰 기대를 하지는 않았겠지만, 역시 예상대로였다. 대통령의 답장은 대통령의 친필은커녕 친필서명도 없었다. 컴퓨터 타이핑 편지였다. 
 1982년 포클랜드 전쟁이 있었다. 이 전쟁은 1979년 마거릿 대처가 영국의 첫 여성총리가 돼 겪어야 했던 가장 큰 시련이고 사건이었다. 아르헨티나 고철수입업자들이 영국령 포클랜드 동쪽 사우스조지아 섬에 상륙하면서 영국과 아르헨티나 간의 전쟁이 시작됐다. 처음엔 정부와 의회, 국민들의 반대가 많았다. 하지만 대처는 포클랜드의 재탈환을 명령한다. 전쟁은 250여명의 전사자를 내면서 두 달 만에 영국의 승리로 끝났다.
 이 때 대처가 먼저 한 일은 자랑하거나 자축하는 일이 아니었다. 대처는 희생자 가정 모두에게 일일이 손 편지를 쓰는 일이었다. 여름휴가를 반납하고 영국의 수상으로뿐만 아니라 전사한 병사의 어머니, 또는 아내의 심정으로 밤마다 편지를 써서 부쳤다. 철의 여인 마거릿 대처의 위대한 리더십은 전쟁에서 이긴 철의 정신이 아니라 희생된 병사들의 유가족에게 진심어린 편지를 쓰는 그 순간 부터였다.
 이씨의 아들은 “증명되지 않은 이야기와 설득력 없는 이유로  매일 고통 속에 살고 있다”고 했다. ‘자진 월북’이라는 매도에 억울함을 호소한 것이다. 국방부는 이씨가 피살된 이틀 뒤 “북이 총격을 가하고 시신을 불태우는 만행을 저질렀음을 확인했다”고 발표했다. 그런데 북이 ‘소각은 안했다’고 주장하자 ‘소각 추정’이라고 공식발표를 뒤집어버렸다. 그러자 살인범 북이 되레 ’남조선 군부가 시신소각 안했다는 진실을 밝혔다’ 고 큰소리쳤다. 
  해군과 해경 수색대는 청와대 등이 ‘북 억류’ 정보를 제대로 알려주지 않아 엉뚱한 곳에서 구조의 골든타임 6시간을 허비했다. 국제상선 통신망으로 북에 ‘돌려보내라’는 요청도 하지 않았다. 그리고는 11월 1일까지 41일 동안이나 선박 1300여 척, 항공기 230여대를 동원하며 뒤졌지만, 시신 흔적은 고사하고 부유물 조각 하나 발견하지 못하고 수색을 마쳤다. 애초에 건져낼 시신이나 부유물 자체가 없었을 것이다. 문 대통령은 “해경의 조사 및 수색결과를 기다려보자”고 했다. 무슨 조사를 하고, 무엇을 기다려 보자고 한 것인가? 결국 북한에게 면죄부만 준 꼴이 됐다.
 2019년 5월, 프랑스 남자 두 명이 아프리카 여행도중 무장단체에게 납치됐다. 애초에 프랑스 정부가 ‘적색경보’지역으로 지정한 구역을 무모하게 들어갔다가 인질이 된 것이다. 이 두 국민을 구출하기 위해 마크롱 대통령은 ‘위베르 특공대’를 투입해 인질을 극적으로 구출했다. 하지만 작전과정에서 특공대원 두 명이 희생됐다. 그러자 정부의 경고를 무시하고 위험지역을 여행한 사람에게 비난여론이 쏟아졌다. 그러자 마크롱 대통령은 “국가의 의무는 국민이 어디에 있든지 안전을 보장하는 것”이라고 했다. 마크롱 대통령은 국가의 존재이유를 충분히 증명하고 국민을 이해시켰다.
 정부는 이씨의 생존사실이 알려진 때부터 피살될 때까지 약 6시간동안 무엇을 했는지, 대통령은 청와대 보고가 들어온 그날 오후 이씨가 피살 된 시간까지 약 3시간 동안 무엇을 했는지 국민 앞에 낱낱이 밝혀야 한다. 이미 드러난 책임과 앞으로 밝혀야할 책임이 분명한데, 세상은 아직도 온통 ‘자진 월북‘을 둘러싼 진실 게임에 빠져있는 듯하다. 온갖 추측이 나난무하지만, 북한도 인정하는 사실은 하나다. 비무장 상태의 대한민국 국민이 북한군에 의해 사살됐고, 대한민국 정부는 그런 상황을 알고도 구하지 않았다는 것이다. “이게 나라냐”라는 원성이 끊이지 않는 까닭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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