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민호의 명언명상】구밀복검(口蜜腹劍)-겉 다르고 속 다른 사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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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민호의 명언명상】구밀복검(口蜜腹劍)-겉 다르고 속 다른 사람
  • 최민호 홍익대 초빙교수.행정학박사
  • 승인 2020.11.11 11: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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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민호 홍익대 초빙교수.행정학박사
최민호 홍익대 초빙교수.행정학박사

한문에 외선(外善)이라는 말이 있다. 

겉으로는 착하지만 속은 악한 것을 뜻 하는 말이다. 말은 바르되 행동이 그에 따르지 못하고, 행동은 하되 일이 미덥지 않은 것이다. 

외선(外善)은 속에 악(惡)의 씨를 품고 있어 언젠가는 그 악을 베풀어 쓰기 때문에 외선자는 반드시 경계해야 한다고 선현들은 가르치고 있다. 

구밀복검이라는 말도 있다. 

당나라 현종(玄宗) 때 재상 이임보(李林甫)는 황제 앞에서는 아첨을 잘 하고 나긋나긋했지만, 성질이 음험하여 미운 정적은 무슨 죄목이든 붙여서 가차없이 숙청했다.

그래서 모두 그를 미워하고 두려워하였는데 사람들은 그를 “입에 꿀을 바르고 배 속에는 칼을 숨겼다”하여 구밀복검 (口蜜腹劍)이라는 말이 생겨났다. 

양두구육(羊頭狗肉)이라는 말도 같은 말이다.  

여기서 양(羊)은 염소(Goat)인데, 염소고기는 삶아서 수육으로 만들면 그 식감이 다른 식육용 동물들 중에서도 개고기와 비슷해서 비싼 염소의 머리를 내걸고 고기는 개고기를 파는 악덕 상인을 말하는 말이다.  

모두 겉과 속이 다른 표리부동한 사람을 가리키는 말이다.

미국 하바드대 의대교수인 심리학자 '마샤 스타우트(MARTHA STOUT)'는 이런 표리부동한 유형의 사람을 소시오패스(The Sociopath)라고 지칭하며 25년간 이 분야를 연구한 사람이다.   

그는 현대사회에 4%, 즉 25명중의 1명의 꼴로 소시오패스가 있다고 주장한다.  

한마디로 겉 다르고 속 다른 이기적인 사람이다. 그런데 문제는 세상은 이런 사람들이 성공하는 경우가 많다는 것이다.  

대체로 그가 말하는 소시오패스의 특징은 첫째, 대단히 매력적이라는 것이다. 지능과 외모가 출중한 사람이 많다. 그들은 사람들이 자신의 매력에 끌린다는 걸 잘 알기 때문에 남을 조종하는 데 능하다.

카리스마가 넘치고, 매우 사교적이다.   

둘째, 극도로 자기중심적이어서 자신에 대해 끊임없는 존경과 찬양을 요구하며, 자신의 잘못도 남의 탓으로 돌리는 ‘내로남불’의 성향이 있어 남이 할 때는 비난하던 행위를 자신이 할 때는 합리화하는 태도를 보인다. 

셋째, 남에 대한 배려가 없다. 그들은 타인을 착취해 이득을 취하면서 양심의 가책을 느끼지 못한다. 공감 능력이 없기 때문에 친구는 많지만 대개 피상적인 관계일 가능성도 높다고도 한다. 

넷째 이들은 범죄를 저지른 전력이 있다고 한다. 양심적인 책임감이 없기 때문에 죄를 저질렀거나 저지를 가능성이 많다고 하는 것이다.  

소시오 패스는 이런 특징들을 가지고 있는데, 두려운 것은 지도자나 상층부에 이런 소시오패스가 많다는 사실이다. 

아마도 당 현종때 재상 구밀복검의 이임보는 지금으로 보면 소시오 패스일 가능성이 높은 것 같다. 

심각한 문제는, 이런 소시오 패스 즉 겉 다르고 속 다른 사람을 분별해 내지 못하는 선한 사람들이 피해를 많이 본다는 것이다. 

마샤 스타우트 교수는 이런 표리부동하고 양두구육하는 외선적인 소시오패스들에게 피해를 당하지 않기 위해 다음과 같은 처방을 제시하고 있다. 

첫째는 아무리 싫더라도 양심이 결핍된 사람들이 존재한다는 사실을 받아들이라는 것이다. 세상에는 악인이 있다는 것을 알아야 한다는 것이다.   

둘째는 교육자, 지도자, 동물애호가, 인도주의자를 자칭하는 사람들의 행동이 일반사람들의 기대와 상식에 어긋날 경우 의심해 보라는 것이다.   

셋째 타이틀에 딸린 권위를 활용해 타인을 복종시키는 것이 소시오패스의 전형적 수법 가운데 하나라는 것을 잊지 말라는 것이다.

네째 세 번이나 거짓말을 하면 절대로 그 사람을 믿지 말아야 한다. 

다섯째, 매혹적인 소시오패스와 경쟁하고 싶은 유혹에 절대 빠지지 말 것을 강조한다.  

여섯째, 일단 소시오패스라고 안 경우에는 어떤 종류의 접촉이나 연락도 하지 말고, 
일곱째, 쉽게 동정하지 말며,

여덟째 구제할 수 없는 사람을 구제하려고 애쓰지 말라고 충고하고 있다. 

십팔사략에 중국의 당의 무제라는 왕에게 이덕유라는 재상이 있었는데 그는 왕에게 이런 말을 했다고 한다.  

“정직한 사람은 정직하지 않은 사람을 정직하지 않다 하고, 정직하지 않은 사람은 정지하지 않은 사람을 정직하다고 합니다. 그러니 어느 쪽이 정직하고 정직하지 않은지는 말로만으로는 판단하기 어렵습니다. 오로지 임금이 공정한 눈으로 보아서 가려내야 합니다.”

그가 하고 싶은 말은 임금의 가장 큰 덕목이자 책무는 사람을 가릴 줄 알아야 한다는 것이었다.

세상을 살아가면서 표리부동하게는 살지 말아야 하겠지만, 표리부동한 사람을 알아보는 안목을 가지는 것도 그에 못지않게 중요한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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