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근호 前대전검사장 782번 째 월요편지】 푹우, 수재민 모두 다시 일어섭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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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근호 前대전검사장 782번 째 월요편지】 푹우, 수재민 모두 다시 일어섭시다
  • 변호사( 충남서천출신. 서울대법대. 前 검사. 前청와대 법무비서관. 前 대전지검장.부
  • 승인 2023.07.18 10: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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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나흘 내린 집중폭우로 충북청주 미호천의 빗물이 제방을 넘어  오송 궁평 2지하차도에  넘치는 장면[ 사진= 본지 db].png
연나흘 내린 집중폭우로 충북청주 미호천의 빗물이 제방을 넘어 오송 궁평 2지하차도에 넘치는 장면[ 사진= 본지 db].png

주말 내내, 그리고 18일 오전에도  내고향 충청을 비롯 전국에 많은 비가 내렸습니다.

폭우로 많은 분들이 사망하거나 실종되었습니다. 

특히 오송 지하차도 사고는 너무나도 안타까운 일입니다. 우리는 매년 이런 일을 겪습니다.

이를 겪을 때마다 참 무력감을 느낍니다. 자연재해를 겪지 않으려고 정부도 지자체도 노력해왔지만 늘 상상을 초월하는 일이 발생합니다.

저는 답답한 마음을 달래려고 여러 번 읽었던 책 한 권을 펼쳐 들었습니다. 로마의 귀족 보에티우스가 쓴 <철학의 위안>입니다. 평생을 화려하게 살다가 정치적 사건에 휘말려 사형 판결을 받고 옥사한 사람입니다. 이 책은 그가 옥중에서 자신의 급전직하한 삶을 돌아보며 쓴 책입니다.

<지난날 나를 행복하다고 불렀던 친구들이여! 나의 몰락은 나의 발판이 얼마나 확고하지 못한 것이었는가를 말해 주고 있지 않은가?>

책 첫머리에 나오는 보에티우스의 탄식입니다. 이 책을 읽을 때마다 저의 발판을 돌아봅니다. 건강, 가족, 우정, 재산, 명예, 권력 등입니다. 지난날을 돌이켜 보면 철갑처럼 단단하다고 여겼던 발판은 오래되어 썩은 나무처럼 밟으면 꺼지고 말 것 같을 때도 많이 있었습니다.

건강은 늘 불안불안하고 가족 관계도 항상 편치만은 않았습니다. 우정도 안 보면 멀어졌고 재산은 하루아침에 사라질 것 같았습니다. 명예도 쉽게 먹칠이 가능하였고 권력은 늘 허망하고 덧없는 것이었습니다.

보에티우스는 운명의 속성에 대해 이야기합니다.

<너를 슬픔과 절망의 수렁 속에 던져 넣은 것은 무엇인가? 운명의 여신이 너를 배반했다고 생각하는 것은 잘못이다. 변하는 것이야말로 운명의 정상적인 행위이며 그녀의 참된 본성이다.>

그는 우리가 추구하고자 하는 행복에 대해 하나하나 설명해 줍니다.

<부>에 대해 이야기합니다.

<부유한 자가 억제할 수 없는 황금 욕으로 인해 부를 아무리 많이 거두어들인다 할지라도 그는 날마다 마음을 갉아먹는 근심과 더불어 살 것이며, 그가 죽게 되면 변덕스러운 그의 재물은 그를 저버릴 것이다.>

<높은 지위>에 대해서는 이렇게 이야기합니다.

<높은 지위에 오르게 되면 그 지위가 그를 명예와 존경을 받을 만한 사람으로 만든다고 말한다. 사실은 그 반대이다. 높은 지위는 그들의 사악함을 제거해 주기는커녕 오히려 드러낸다. 만일 그들이 높은 지위에 올라 유명해지지 않았더라면 그들의 저열함은 덜 드러날 것이다.>

수많은 유명 인사들이 자신의 사악함이 드러나 나락으로 떨어지는 것을 매일 같이 뉴스에서 보고 있습니다. 그들이 그런 지위에 오르지 않았더라면 아무도 그들의 저열함을 몰랐을 것이고 그는 나락으로 떨어지지도 않았을 것입니다. 그의 높은 지위가 화근이 된 것입니다.

보에티우스는 <권력>에 대해 이야기합니다.

<시라쿠스의 왕 디오니시우스는 부하 한 사람이 그에게 왕좌의 부유함과 행복에 대해 과장되게 말하자 화려한 향연에서 머리카락 한 올로 칼을 매달아 놓은 다음 그를 그 밑에 앉아 있게 함으로써 왕좌의 두려움을 일깨워 주었다. 왕들은 근심으로부터 해방되어 살고 싶어 하지만 그렇게 할 수가 없다. 그런데도 그들은 권력을 탐하는 것이다.>

대한민국 대통령이 임기를 마치고 난 다음 어떤 삶을 사는지 우리는 잘 알고 있습니다. 그런데도 많은 사람들이 대통령이나 그의 친구 또는 측근이 되려고 합니다.

그는 <명성>이 얼마나 허망한 것인지 이렇게 설명합니다.

<어떤 사람이 큰 명성을 가지고 있다고 하더라도 이웃 지역의 사람들은 그의 이름조차 들어본 적이 없을 것이다. 대중으로부터 평판을 얻는 것은 우연한 일이며 그 평판은 언제라도 잃을 수 있다.>

SNS가 만든 세상에서는 조회수가 명성입니다. 그러나 그 조회수가 얼마나 허망한지는 우리 모두 잘 알지만 그래도 인플루언서들은 그 조회수에 목을 맵니다.

마지막으로 <육체적 쾌락>에 대해 이야기합니다.

<육체적 쾌락을 즐거움의 원천으로 삼는 사람들에게 육체적 쾌락은 종종 큰 질병과 견딜 수 없는 고통을 안겨준다. 쾌락의 끝이 슬픔이라는 것은 방탕함을 회상하는 사람들에게는 잘 알려진 사실이다.>

의사에게 가면 생활 습관을 바꾸면 여러 가지 성인병을 해결할 수 있다고 말합니다. 탐식, 운동 부족, 수면 부족 등으로 인한 문제라는 것입니다. 그러나 우리는 음식의 쾌락, 게으름의 쾌락, 밤늦은 향락의 쾌락은 거부할 수 없기에 질병과 고통을 겪는 것입니다.

보에티우스는 이 모든 것을 <거짓 행복>이라고 규정하고 <진정한 행복>은 철학자들이 추구하는 최고선(Supreme good)이라고 결론짓습니다. 최고선은 소크라테스가 주창한 이래 그리스, 로마 철학자들의 지향점입니다. 그러나 아무도 이 지점에 도달한 사람이 없습니다.

저는 보에티우스의 결론에 대해 답답함을 느낍니다. 옥중에 갇힌 보에티우스에게는 아무런 선택지가 없었을 것입니다. 육체적으로 할 수 있는 일이 없는 그는 정신적으로 할 수 있는 일을 찾아 최고선이라는 추상적 개념을 정신적 승리의 도피처로 삼은 것 같습니다.

그러나 현실을 살아가고 있는 우리들에게 지적인 최고선을 강요하는 것은 불가능을 강요하는 것과 다를 바 없는 것 같습니다. 저는 이 결론을 대단히 높이 존중하지만 우리가 살아갈 힘을 얻기 위해서는 다른 무엇이 필요하다는 것을 직감적으로 느낍니다.

저는 뮤지엄산에서 현재 전시 중인 <안도 타다오의 청춘> 전이 생각났습니다. 거대한 푸른 사과 조형물이 상징하듯 청춘은 푸르고 상큼하고 싱싱합니다. <청춘>이야말로 오늘을 새롭게 시작할 수 있는 힘 아닐까요.

안도 타다오는 인터뷰에서 이렇게 이야기하였습니다.

"저는 대학을 나오지 않았습니다. 그리고 암 때문에 담관, 담낭, 십이지장, 췌장, 비장 등 5개 장기 절제술을 받았습니다. 그래도 살아야겠다는 희망으로 살고 있습니다.

장기를 절제해도. 또 저처럼 학력 없어도 청춘을 유지하며 살아간다는 것을 보여드리고 싶습니다.

조근호변호사(  前 대전지검장.부산고검장.법무연수원장.행복마루대표. 본지 법률고문)[사진출처= 조 변호사 페이스북 db].png
조근호변호사( 前 대전지검장.부산고검장.법무연수원장.행복마루대표. 본지 법률고문)[사진출처= 조 변호사 페이스북 db].png

청춘은 10대, 20대가 아니라 살아있는 동안은 모두 청춘입니다. 여러분 모두 청춘을 계속 유지하며 살기 바랍니다."

전시장 초입에는 모형 푸른 사과 2개와 함께 사무엘 울만의 시가 적혀 있었습니다.

제목은 <안도 타다오의 청춘 2019년 작>입니다.
 
"청춘이란 인생의 어떤 한 시기가 아니라 마음가짐을 뜻하나니,

장밋빛 볼, 붉은 입술, 부드러운 무릎이 아니라

강인한 의지, 풍부한 상상력, 불타오르는 열정을 말한다.

청춘이란 인생의 깊은 샘에서 솟아나는 신선한 정신이다.

청춘이란 두려움을 물리치는 용기, 안이함을 뿌리치는 모험심, 그 탁월한 정신력을 뜻하나니,

때로는 스무 살 청년보다는 예순 살 노인이 더 청춘일 수 있네.

누구나 세월만으로 늙어가지 않고 이상을 잃어버릴 때 늙어가나니"

익히 아는 시지만 오늘 아침 이 시를 읽어 보니 다시 용기가 생깁니다. 제가 요즘 의지, 상상력, 열정이 식어가고 있었는데 내면에서 다시 불길이 서서히 타오르는 것을 느낍니다.

우리가 딛고 있는 발판이 허물어 내릴 때도 <청춘이란 인생의 깊은 샘에서 솟아나는 신선한 정신>을 부여잡고 있으면 다시 일어설 것입니다.

▶▶필자 조근호변호사= 충남서천출신. 서울대법대. 前 검사. 前청와대 법무비서관. 前 대전지검장.부산고검장.법무연수원장.행복마루대표. 본지 법률고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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