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수용 쓴소리 칼럼】 유권자는 침묵할 뿐이지, 바보가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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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수용 쓴소리 칼럼】 유권자는 침묵할 뿐이지, 바보가 아니다.  
  • 신수용 대기자(회장. 대전일보 전 사장)
  • 승인 2024.03.16 11:46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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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1997년 8월 6일 오전 1시 43분 쯤 김포를 떠난 KAL(대한항공) 801편이 괌의 안토니오 원 팻 국제공항에 추락했다. 이 사고로 승객과 승무원 254명 중 228명이 아깝게 목숨을 잃었다.[사진= 신수용 탓컴].png
지난 1997년 8월 6일 오전 1시 43분 쯤 김포를 떠난 KAL(대한항공) 801편이 괌의 안토니오 원 팻 국제공항에 추락했다. 이 사고로 승객과 승무원 254명 중 228명이 아깝게 목숨을 잃었다.[사진= 신수용 탓컴].png

지난 1997년 8월 6일 오전 1시 43분 쯤 김포를 떠난 KAL(대한항공) 801편이 괌의 안토니오 원 팻 국제공항에 추락했다. 이 사고로 승객과 승무원 254명 중 228명이 아깝게 목숨을 잃었다.

 대한항공 창사이래 2번째, 대한민국의 단일 항공기 사고 2번 째다. 그 유형은 매우 특이한 유형의 사고였다. 훗날 사고 발표를 보면 괌 공항에서 5km나 떨어진 곳에서 기장을 비롯한 항공승무원 3명이 집단적인 착각을 일으킨 것으로 추정됐다.

 자신들이 공항에 착륙 직전이라고 믿었다. 그래서 사고 훨씬 이전에 복행(go around)을 했어야 함에도 그러하지 않았던 것이다. 최저 고도(minimum) 경보가 나왔음에도 무려 6~7초 가량을 더 하강했다. 상식적으로 도저히 이해하기 어려운 사고여서 안타까움을 더한다.

문제는 정치권이었다. 국민들은 이 비보에 큰 충격을 받았다. 국내외 언론들은 사고 소식과 함께 비탄에 빠진 유가족들을 한동안 톱뉴스로 다뤘다. 주요국 정상들, 심지어 미 수교국이던 쿠바까지도 김영삼 당시 대통령에게 위로의 전문을 보내왔다. 김영삼 대통령도 슬픔에 싸여 기도하던 모습을 봤다.

필자가 당시 청와대를 출입 기자 였었던 때라 생생하다. 더구나 그해 12월 18일은 대통령선거가 있었던 해다. 이미 김대중(새정치 국민회의)-이회창(한나라당)-권영길(민주노동당)이 각 당 대선후보로 결정된 뒤였다. 때문에 각 당은 민심에 예민했고, 표밭은 달아오르기 시작했던 때다.

그러자 여당인 신한국당 국회의원들이 국정 점검이라는 구실로 괌 현장을 찾았다. 그들은 처음에는 이를 조사 중인 한국 경찰을 찾아 브리핑을 튿고 이어 사고현장에 도착했다. 그들은 현장에서 울부짖는 유족을 아랑곳하지  '김치 ~', '치이즈~'하며 사진 찍기에 바빴다.

유족이야 울던 말던, 외신들이 취재를 하던 말던 히히덕 거리며, 어깨동무도 하고 카메라 앞에 섰다. 일부 여당 의원들은 의정보고회에 넣을 사진이라며 갈기갈기 찢어진 비행기 동체 앞에서 셔터를 눌러댔다.

다음날 보수 언론들은 침묵했지만, 진보언론이 1면 사진으로 이를 실었다. 독자들이야 말할 것 없고 국민적 분노가 들끓었다. 그 바람에 이회창 후보에게 향하던  대세론이 꺾였다. 이회창 캠프 사람 중의 대부분은 'OOO 신문은 김대중 편이라서 그 사진을 실었고 '매도했다.

1997년 12월 18일 치른 제15대 대선 후보초청TV토론. 왼쪽부터 이회창 한나라당 후보, 김대중 새정치국회의회후보 이인제 국민신당후보. 그러나 민주노동당 권영길후보는 지지율에 못비쳐 초청대상에서 빠졌다.[사진= 신수용 탓컴].png
1997년 12월 18일 치른 제15대 대선 후보초청TV토론. 왼쪽부터 이회창 한나라당 후보, 김대중 새정치국회의회후보 이인제 국민신당후보. 그러나 민주노동당 권영길후보는 지지율에 못비쳐 초청대상에서 빠졌다.[사진= 신수용 탓컴].png

9월 정기국회를 앞둔 김대중 캠프나 권영길 캠프는 맹공을 퍼부었다. 나라의 슬픔인데 여당 의원들이 사고 현장에 가서 손가락으로 V자를 그리며 기념사진을 찍을 수 있느냐고 비판했다. 유족들의 아픔과 슬픔은 안되더냐는 논평까지 냈다.

사태의 심각성을 뒤늦게 안 이회창 한나라당 캠프는 강삼재 사무총장이 출입 기자들에게 "있을 수 없는 일"이라는 얘기로 때웠다. 그래도 식지 않은 국민적 비난에 10일 지난 뒤에야 대변인이 사과했다.

직후 당시 여론조사에서 49%이던 이회창 지지도가 30% 초반으로 급락했다. 여기다가 김대업 씨의 이회창 두 아들 병역 비리까지 폭로하면서 30%도 위협받게 되고 한나라당 경선에서 패한 이인제 씨가 등장한다.

결국,  KAL기 괌 추락 현장에서 여당 의원들의 헤헤 거리며 기념사진을 찍은 일이 이회창 리스크의 발단이 됐다고 보는 이도 많다. 두 아들 병역 비리가 이 무렵  절정이었기에 '대쪽'이 추락한 것이다.  연말 대선에서 30여만 포로 김대중 후보에 진 것은 침묵했던 유권자가 판단, 투표로 연결 지었기 때문이다.

신수용 정치대기자.[ 회장, 대전일보 전 대표이사, 사장, 발행인).png
신수용 정치대기자.[ 회장, 대전일보 전 대표이사, 사장, 발행인).png

지금이 그 닮은 꼴이다. 1년간 단 2주만 국민의힘이 당 지지율에서 1위를 했다. 나머지는 모두 더불어민주당이 계속 1위를 해왔다(리얼미터 이택수 대표분석). 그러다가 한동훈 전 법무부장관이 국민의힘 비대위원장으로 옮기면서 컨벤션 효과가 있었음은 분명하다.

그러나 최근 한동훈의 한계가 드러나고, 이재명 민주당 대표의 이. 채. 양. 명. 주(이태원 참사, 채상병의 혹, 양평 고속도, 명품 백, 주가조작)라는 5대 실정이 나온 뒤 정권심판론이 바닥 민심을 흔들고 있다. 안 보는 줄 알았지만 유권자는 총선 때 두고 보자는 얘기들이 돌고 있다.

여기다가 대전 서갑구 조수연 후보의 '일제 옹호 발언', 부상 수영을 장 예찬 후보의 '막말 논란', 심지어 황상무 대통령실 시민사회수석의 MBC 겁박까지 악재가 속출하고 있다. 당사자들이야 사과하면 끝난 줄 알지만 유권자는 용서하지 않았다.

때문에 잘라낼 것은 단호하게 잘라내야 새 살이 돋는다. 도태우 후보처럼 적당히 끌어안고 가려다 국민적 저항에 부딪히지 않아야 한다. 적당한 변명으로  국민을 눈속임하지 말라. 국민은, 유권자는 침묵하지만, 판단은 무겁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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