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풍연 세평】그룹 오너에서 농부로 돌아갔던 구자경 LG 명예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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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풍연 세평】그룹 오너에서 농부로 돌아갔던 구자경 LG 명예회장
  • 오풍연 언론인(서울신문 전국장. 제1호 법조대기자.오풍연닷컴대표)
  • 승인 2019.12.16 09: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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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풍연 언론인(서울신문 전국장. 제1호 법조대기자.오풍연닷컴대표)
오풍연 언론인(서울신문 전국장. 제1호 법조대기자.오풍연닷컴대표)

LG 구자경 명예회장도 14일 타계했다. 향년 94세. 최근 김우중 전 대우그룹 회장이 별세한 데 이어 재계의 큰 어른 2명이 잇따라 세상을 떠났다. 안타까운 일이다. 구 명예회장도 큰 족적을 남겼다. 누구보다도 존경을 받았던 분이다. 70세에 큰 아들이었던 고(故) 구본무 회장에게 자리를 물려주고 현역에서 은퇴했다. 기업오너로서 드문 일이었다.

구 명예회장은 그 뒤 시골로 내려갔다. 연암대학이 있는 충남 성환에서 대부분을 보냈다. 버섯 재배 등 직접 농사를 지었다. 재벌 회장에서 농부로 인생이 바뀐 셈이었다. 구 명예회장은 언론에 이름조차 거의 거론되지 않았다. 철저하게 은둔생활을 했다고 할까. 아들 구 전 회장에게 부담을 줄까봐 그랬는지도 모른다. 구본무 전 회장은 아버지 구 명예회장보다 먼저 세상을 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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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G는 철저하게 장자 승계 원칙을 지키고 있다. 구인회-구자경-구본무-구광모 회장으로 이어오고 있다. 현재 구광모 회장은 원래 구 명예회장의 둘째 아들인 구본능 희성그룹 회장의 아들이었다. 그런데 2004년 큰 아버지였던 구본무 전 회장의 아들로 입적됐다. 승계 과정에서 잡음은 없었다. 다른 대기업들이 형제들간 다툼으로 비난을 사고 있는 데 비해 LG는 전통을 지키고 있다.

5대 재벌 오너 가운데 LG가문만 쇠고랑을 차지 않았다. 삼성 이재용 부회장, 현대 정몽구 회장, SK 최태원 회장, 롯데 신동빈 회장은 각각 구속된 바 있다. 이것만 보더라도 LG는 정도경영을 해 왔다고 할 수 있다. 엄격한 가정교육도 한몫 했다고 본다. LG는 또 독톡한 전통이 있다. 다른 대기업과 달리 여자들은 경영에 참여하지 않는다. 구 명예회장의 두 딸도 가정주부다.

LG는 구 명예회장의 장례도 가족장으로 치르고 있다. 4일장을 치르지만 장례식장이나 장지 등을 외부에 알리지도 않았다. 물론 외부 손님은 받지 않고, 조화도 돌려보내고 있다고 한다. 거창하게 치르는 것보다 오히려 잔잔한 감동을 준다. 구 명예회장도 화장을 한단다. 구본무 전 회장에 이어 2대째다. 재벌 오너의 화장은 드문 일이기도 하다.

오늘날 LG는 구 명예회장이 초석을 다져놓았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구인회 창업자가 타계한 뒤 70년 회장에 올라 95년까지 현장을 누볐다. LG가 강세를 보이고 있는 전자와 화학 분야도 이 때 기초를 튼튼히 했다. 구 명예회장도 연구개발을 강조했다. 그래서 이 기간 중 연구소도 많이 만들었다. 퇴임 후에는 상남재단 이사장으로만 간간이 활동을 했다. 상남(上南)은 구 명예회장의 호이기도 하다.

LG그룹은 이날 "장례는 고인과 유족들의 뜻에 따라 가족장으로 최대한 조용하고 차분하게 치르기로 했다"며 '비공개 가족장'으로 하겠다는 뜻을 밝혔다. 고인의 아들 구본능 회장, 구본식 LT그룹 회장과 동생 구자학 아워홈 회장, 손자 구광모 회장 등 소수 직계 가족들만 빈소를 지켰다. 작고한 장남 구본무 전 회장 대신 차남인 구본능 회장이 상주를 맡았다. 구 명예회장은 떠났지만, 그의 LG 사랑은 길이 남을 듯하다. 고인의 명복을 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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