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풍연 칼럼】512조 예산안 날치기, 제1야당은 무시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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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풍연 칼럼】512조 예산안 날치기, 제1야당은 무시됐다
  • 오풍연 언론인(서울신문 전국장. 제1호 법조대기자.오풍연닷컴대표)
  • 승인 2019.12.11 13: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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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풍연 언론인(서울신문 전국장. 제1호 법조대기자.오풍연닷컴대표)
오풍연 언론인(서울신문 전국장. 제1호 법조대기자.오풍연닷컴대표)

한국당을 편들자는 게 아니다. 세상에 이런 일이 어디 있나. 512조의 예산안을 처리하면서 제1야당인 한국당은 철저히 무시당했다. 날치기 통과시켰기 때문이다. 모든 국민들이 보고 있는데도 그랬다. 이는 국민을 무시한 것과 마찬가지다. 민주주의의 조종(弔鐘)이 울렸다고 할까. 공정, 정의, 평등을 부르짖는 문재인 정권에서 일어난 일이다.

먼저 국회가 뭔지 묻고 싶다. 국회의 가장 큰 권리와 의무는 법률 제정권과 예산 편성권이라고 할 수 있다. 국가를 운영하는 데 양대 축이라고도 할 수 있다. 모두 국민생활과 직결돼 있는 까닭이다. 그런데 예산안 처리과정에서 한국당을 제껴 놓았다. 4+1(더불어민주당·바른미래당·정의당·민주평화당+대안신당)이라는 희한한 방정식을 갖고 예산안을 풀었다. 어디에도 없는 방식이다. 한국당을 왕따시키기 위해 그런 조합을 만들었다고 밖에 할 수 없다.

3당 원내대표는 지난 9일 심재철 의원이 한국당 원내대표에 뽑힌 뒤 모임을 갖고 새해 예산안은 10일 본회의를 열어 처리하기로 합의했었다. 합의를 깬 것은 민주당이다. 앞서 여야 간사회의를 통해 1조6000억원을 삭감하기로 잠정 합의를 해놓고도 지키지 않았다. 애초부터 한국당과 협상할 생각이 없었다고 볼 수도 있다. 그렇지 않다면 무리하게 강행처리할 이유가 없었다. 기왕 합의처리하기로 했으면 조금 더 시간을 주고 기다렸어야 했다. 그런데도 일방적으로 밀어붙였다.

이날 교섭과정을 한 번 보자. 여야 3당 교섭단체 원내대표단과 예산결산특별위원회 간사들은 문희상 국회의장 주재로 5시간 넘게 협상을 이어갔지만 합의에 이르지 못했다. 이원욱 민주당 원내수석부대표는 “한국당이 (예산안을 처리할 마음도 없이) 지연 전술을 쓰고 있다”고 비판했다. 심재철 원내대표는 “여야 3당이 1조6000억원 삭감으로 합의를 하고, 민주당에 그간의 감액 내역을 요구했으나 공개하지 않았다”고 반발했다. 한국당은 본회의 정회 후 국회 본회의장 앞 로텐더홀에서 ‘4+1(협의체) 세금 도둑’ 구호를 외치며 농성을 시작했다. 내년 예산안은 2014년 국회선진화법이 시행된 이후 가장 늦게 국회를 통과했다.

문희상 국회의장은 4+1 안과 한국당이 ‘맞불’ 성격으로 자체적으로 낸 예산안 수정안을 본회의에 동시에 상정했다. 한국당 안이 먼저 올라갔지만 홍남기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동의하지 않는다”고 거부했다. 이후 4+1 협의체 수정안이 올라갔고 홍 부총리는 “이의가 없다”고 언급했다. 바로 표결이 일사천리로 진행돼 4+1 협의체 예산안은 개의 28분 만에 통과됐다. 재석 162인 중 찬성 156인, 반대 3인, 기권 3인으로 통과됐다. 한국당은 표결에 참여하지 않았다.

이처럼 예산안을 날치기 통과시켜 놓고 앞으로 어떻게 여야 관계를 이어갈 것인가. 심재철 원내대표는 한마디로 똥이 됐다. 황교안 대표도 다르지 않다. 역대 이런 정권은 없었다. 한국의 민주주의는 죽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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