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속보】 조사 결과 안나왔는데  '월북' 결론지은'서해 공무원 사건'...당시 관계기관 움직임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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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속보】 조사 결과 안나왔는데  '월북' 결론지은'서해 공무원 사건'...당시 관계기관 움직임은?
  • 이정현 기자
  • 승인 2022.10.14 09: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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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사원, 2년 전 서해 공무원 피격 사건 관련 20명 수사의뢰
-안보실·국방부·통일부·국정원·해경, 관련 정황 알고도 미온적 대처
-안보실은 '보안 유지' 지침 내렸고, 정보기관은 첩보 무단 삭제
-국방부와 해경 '월북 판단'에 정확한 근거는 없었다

 

서해 피살 공무원 고 이대준 씨의 형 이래진씨(왼쪽)와 김기윤 변호사가 지난 7일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검 로비에서 문재인 전 대통령, 박지원 전 국가정보원장, 서훈 전 국가안보실장에 대해 감사원 관련 조사에 응하지 않았다는 이유로 고소장 제출 전 취지 등을 설명 후 고소장을 들어보이고 있다[사진= 노컷뉴스제공].png
서해 피살 공무원 고 이대준 씨의 형 이래진씨(왼쪽)와 김기윤 변호사가 지난 7일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검 로비에서 문재인 전 대통령, 박지원 전 국가정보원장, 서훈 전 국가안보실장에 대해 감사원 관련 조사에 응하지 않았다는 이유로 고소장 제출 전 취지 등을 설명 후 고소장을 들어보이고 있다[사진= 노컷뉴스제공].png

 지난 2020년 9월 서해 최북단 소연평 인근에서 어업지도선을 타고 공무 중에 북한 총격으로 숨진 해수부 공무원 이대준씨 사망 사건 당시 정부가 그의 실종을 '월북'으로 단정한 채 제대로 된 조치를 취하지 않은 것으로 잠정결론지었다.

이과정에서 이런 '월북' 결론을 내리는 과정에서 정황이나 증거를 취사선택했다고 감사원이 결론내렸다.

감사원은 이에따라  당시 청와대 국가안보실과 국방부, 통일부, 국가정보원, 해양경찰청 5개 기관 관계자 20명을 직무유기, 직권남용, 허위공문서 작성 등 혐의로 검찰에 수사요청했다.

 이 가운데는 서훈 당시 국가안보실장, 서욱 당시 국방부 장관, 박지원 당시 국정원장 등이 포함됐다.

감사원은 13일 저녁, 지난 7월 19일부터 10월 14일까지 국방부와 해양경찰청 등 관련 기관들의 이 사건 관련 초동대응과 사건 발표 등 업무처리를 점검한 결과를 발표했다

◇2년 전 피격 사건, 어떻게 진행됐나

북한군의 총격 희생자인 이대준씨는 2020년 9월 21일 오전 1시 58분쯤 어업지도선 무궁화 10호에서 근무하던 중, 소연평도 남쪽 2.2km 지점에서 실종됐다. 

이어 36시간쯤 지난 22일 오후 3시 30분쯤 그는 이 지점에서 27km 떨어진 황해남도 강령군 구월봉 인근 바다에서 북한 선박에 의해 발견됐고, 밧줄에 연결된 채 해상에서 표류했다. 

오후 7시 40분쯤 북한군이 이대준씨를 잃어버렸기 때문이다.

북한군은 오후 8시 50분쯤 최초 실종 지점에서 38km 정도 떨어진 등산곶 근처 바다에서 그를 다시 발견했다. 

이후 50분쯤 지난 9시 40분쯤부터 10시 50분 사이 북한군에 의해 총에 맞아 사망되고, 시신이 소각된 것으로 파악됐다.

해경은 21일 오후 12시 51분쯤 실종신고를 받았고, 국가정보원은 다음날 오후 3시 49분쯤 이씨가 바다에서 표류하고 있다는 상황을 알게 됐다. 

군 당국도 같은 날 오후 4시 40분, 국가안보실은 오후 5시 18분에 그가 북한 해역에서 발견됐다는 정황을 알게 됐다. 

국가안보실은 이 때까지 파악된 상황 등을 작성한 보고서를 청와대 내부보고망을 통해 대통령에게 서면보고했다. 

이 내용은 '해상 추락으로 추정돼 수색 중, 북측이 실종자를 발견'이라는 내용이었다.

같은 날 오후 10시에서 10시 30분, 합동참모본부와 안보실은 이씨가 피살됐고 시신이 소각됐다는 정황을 알게 됐다.

감사원 전경[ 사진=본지db].png
감사원 전경[ 사진=본지db].png

 2시간 뒤인 22일 오전 1시 서훈 국가안보실장이 주재한 관계장관회의에서 군이 수집한 첩보 내용이 공유됐고, 자진 월북 가능성도 논의됐다.

오전 8시 30분 서 실장은 이같은 정황을 문재인 대통령에게 보고했고, 문 대통령은 "정확한 사실 확인이 우선이다. 북측에도 확인하라"며 "국민들께 사실 그대로 알려야 한다"고 지시했다고 한다.

오전 10시 서 실장이 주재하는 관계장관회의에서 국방부는 초도판단을 보고했고, 당국은 오후 4시 35분 유엔사 채널을 통해 북한에 전화통지문을 보냈다.

그런데 다음 날인 24일 오전 8시 서 실장이 주재한 관계장관회의에서 국방부는 "자진 월북을 시도했을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평가된다"는 분석보고서를 올렸다. 

1시간 뒤인 오후 9시 이 내용은 문 대통령에게 보고했고, 다시 2시간이 지난 오전 11시 합동참모본부 안영호 작전본부장(육군중장)이 이같은 내용을 기자들에게 발표했다. 

그날 오후 5시 해경은 브리핑을 열고 '자진 월북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고 밝혔다.

다음 날인 오후 2시, 서 실장은 청와대에서 브리핑을 열고 북한 통일전선부가 보낸 대남통지문의 내용을 발표했다. 사살 사실을 인정하면서도, 시신을 찾을 수 없어 부유물을 소각했다는 내용이었다.

이틀이 지난 27일 오후 3시, 문 대통령이 주재한 관계장관회의가 열렸다. 문 대통령은 국방부의 발표가 너무 단정적이었다며 이와 관련해 서욱 장관에게 재분석을 지시했다. 이어 9월 29일과 10월 22일 해경은 중간수사 브리핑을 열어 이대준씨가 월북한 것으로 판단한다는 내용을 발표했다.  

◇문제의 22일, 안보실·국방부·통일부·국정원·해경은 뭘 했나?

그런데 최초로 이씨가 북한 측에 발견된 정황을 알게 되고도 정부의 조치는 미온적이었다.

9월 22일 오후 6시, 국가안보실은 해경 등 유관기관에 해당 사실을 전파하긴 했는데 통일부는 빼놓고 전파했고, 대응 방향을 결정하기 위한 최초 상황평가회의도 열지 않았다. 

최초 상황평가회의란 위기상황의 심각성을 평가하기 위해, 대통령에게 NSC 소집을 건의하거나 직접 소집하기 전에 여는 회의를 뜻한다.

같은 시각(오후 6시) 국정원이 통일부에 관련 사실을 알려주긴 했는데, 통일부 또한 유관기관에 상황을 알리지 않았고 송환에 필요한 조치도 하지 않았다. 

오후 6시 36분쯤 안보실이 대통령에게 서면보고를 한 뒤, 서 실장 등 주요 간부들은 7시 30분쯤 퇴근했다.

국방부는 오후 4시 40분쯤 이씨가 발견됐다는 정황을 처음 보고받은 뒤 합참에서 상황평가회의를 열었다. 

그런데 이 회의는 "통일부가 주관하여야 하는 상황이므로 군에서 대응할 것이 없다"는 결론만 나온 채 종료됐다.

해양수산부 산하 서해 어업관리단[ 사진= 노컷뉴스 제공].png
해양수산부 산하 서해 어업관리단[ 사진= 노컷뉴스 제공].png

 이어 7시 40분쯤 이씨가 월북 의사를 표명했다는 첩보를 보고받은 국방부는 북한이 실종자를 구조할 것으로 기대하기만 하고 별다른 조치를 하지 않았다.

다음 날인 23일은 원인철 신임 합참의장이 취임하는 날이었기에, 22일 밤 12시를 기점으로 군령권이 인수인계될 예정이었다. 

그런데 박한기 전임 합참의장은 오후 5시 30분쯤 보고를 받은 뒤 7시 전에 퇴근했고, 원 신임 의장은 오후 8시 이후 두 차례 보고를 받고도 별다른 조치를 하지 않았다.

통일부는 오후 6시쯤 국정원에서 관련 정황을 전달받은 뒤, 이대준씨가 바다에 떠 있는 물건을 잡고 표류하고 있으며 구조 활동을 할 기미도 보이지 않는다는 상황을 파악했다. 

하지만 유관기관에 상황을 전파하거나 송환에 필요한 조치를 해야 하는데도 그러지 않고 있다가, 오후 10시쯤 국정원으로부터 추가적인 상황파악이 어렵다는 연락을 받고 상황을 종료시켰다.

해양경찰청은 22일 오후 6시쯤 국가안보실과 국가정보원으로부터 이씨가 북한 측에 발견됐다는 정황을 전달받았다.

 그런데 안보실은 이 과정에서 관련 정보가 보안 사항이라고 전달했고, 해경은 수색에 필요한 추가정보를 더 이상 확인하지 않고 수색구조세력 이동 등 해경 차원에서 전혀 구조 조치를 하지 않았다.

한편 이씨가 이미 사망한 9월 23일 오전 1시, 서훈 안보실장 주재로 열린 관계장관회의에서는 군 첩보를 관계부처와 공유하고 대응책을 논의했다. 

일단 여기서는 아침까지 추가 첩보를 확인한 뒤에 대통령에게 보고하기로 하고, 회의에 참석한 기관에는 '보안을 유지하라'고 지침을 내렸다.

그런데 안보실은 이 과정에서 같은 날(23일) 아침 대통령에게 보고할 국가안보일일상황 보고서에 이씨가 피살되고 시신이 소각됐단 사실은 뺐다.

 해경은 23일 오전 2시 30분쯤 안보실로부터 피살 관련 정보를 전달받고 나서도 "보안이 풀리지 않은 상황에서 수색‧구조를 종료하면 그 사유를 설명할 수 없다"며 실종자를 발견하기 전처럼 수색‧구조를 계속했다.

국방부에서는 같은 날 새벽, 서욱 장관의 지시에 따라 군사통합정보처리체계(MIMS)에 기록된 군 첩보 관련 보고서 60건을 삭제했다. 

이를 담당하던 실무자는 이미 퇴근했지만, 새벽에 다시 사무실로 나오게 해 삭제하라고 시켰다. 

비슷한 시간 국정원에서도 첩보보고서 등 모두 46건의 자료가 무단 삭제된 것으로 파악됐다.

이와 함께, 국방부는 23일 오후 1시 30분쯤 출입기자단에 보낸 문자메시지와 오후 4시 35분쯤 북한에 보낸 전화통지문에도 피살 사실은 빼놓았다. 

서욱 전 국방부장관[ 사진=노컷뉴스 제공].png
서욱 전 국방부장관[ 사진=노컷뉴스 제공].png

통일부는 24일 오후 2시쯤 장관 주재 간부회의에서 '통일부가 이씨 사건을 최초 인지한 시점을 언제로 할 것인지' 논의하면서, 이를 국정원으로부터 처음 전달받은 22일 오후 6시쯤이 아니라 이대준씨가 이미 사망한 이후인 23일 새벽 1시로 하기로 했다.

뿐만 아니라 당국이 이씨 실종을 월북이라고 판단하는 과정에서도 문제가 있었다고 감사원은 결론지었다.

국방부는 21일 오후 3시 25분쯤 합참으로부터 북쪽에서 남쪽으로 흐르는 조류, 어선의 조업 시기 등을 이유로 월북 가능성이 낮다는 보고를 받았다. 

국정원 또한 22일 오후 6시쯤 '의도적 월북 또는 표류 가능성을 염두에 두고 후속동향 주시', 안보실도 6시 36분쯤 '해상 추락으로 추정되어 수색 중, 북측이 실종자를 해상에서 발견한 첩보 입수'라고 작성한 보고서를 청와대 내부보고망을 통해 대통령에게 서면보고했다.

22일 오후 7시 40분 서욱 국방부 장관은 이씨가 월북 의사를 표명했다는 첩보를 처음 보고받았고, 그가 이미 사망한 뒤인 23일 오전 1시 열린 관계장관회의에서 이 내용을 공유했다. 안보실은 이 내용을 오전 8시 30분쯤 대통령에게 대면보고했고, 10시에 관계장관회의를 열었다.

이 회의에서는 서 장관이 월북 의사 표명 첩보를 보고받은 뒤, 국방부로부터 '이씨가 자진 월북한 것으로 보이며 북한군에 의해 사살되고 시신도 소각된 것으로 보인다'는 초도판단을 보고받았다. 안보실은 해경 수사결과 등 근거가 없는데도 혼자서만 구명조끼를 입었고, CCTV 사각지대에서 신발을 벗어놓고 실종되었다는 등의 내용을 언급하면서 다음날인 24일 관계장관회의에서 초도판단, 즉 자진월북 내용을 기초로 종합분석 결과를 작성해 보고하라고 국방부에 지시했다.

국방부는 해당 종합분석보고서를 작성하며 자진 월북한 것으로 결론을 정한 뒤, 월북 의도가 낮았을 가능성을 보여주는 정보는 분석·검토하지 않고 국방부가 확인할 수 없는 구명조끼 착용 등 4가지 내용을 근거로 들어 자진 월북 시도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평가된다고 작성했다.

안보실은 국방부에는 이 분석 결과를 백브리핑에 포함시켜 그대로 언론에 발표하라고 지시했고, 오전 11시 안영호 본부장이 이를 언론에 발표하고 국회에서 월북으로 판단된다고 보고한다.

같은 날 오후 3시쯤 안보실은 해경에 언론대응지침을 내리면서, 신발이 발견됐고 지방에서 혼자 살았다는 내용을 반영해 보도문을 배포하거나 기자들에게 자연스레 알려주는 방식으로 전달하라는 문자메시지를 보냈다.  

다음 날 오후 2시, 북한 통일전선부가 대남통지문을 보냈다. 국방부는 오후 7시쯤 열린 NSC 상임위에서 이 대남통지문과 국방부 발표 사이 차이점을 분석하라는 지시를 받고 정보를 다시 확인했다.

그런데 이 때에도 자진 월북이라는 결론에 맞추기 위해 기존처럼 국방부 자료에 없어 사실관계가 확인되지 않는 내용을 포함시켰다고 감사원은 판단했다. 결과적으로 10월 6일, 국방부는 '(자진) 월북 가능성이 있는 것으로 평가'된다는 최종 분석결과를 작성했다.

안보실은 해경 수사가 진행 중인데도 월북으로 판단된다는 등의 '주요쟁점/대응요지'를 작성한 후 국방부 등 관계기관에 4차례 전달했다. 다만 국가정보원은 9월 22~23일 2차례 분석에서 월북 의사가 불분명하다고 분석했고, 27일 관계장관회의 준비 과정에서도 신중을 기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러나 국정원은 24일 관계장관회의와 27일 '주요쟁점/대응요지'에 대해 이견을 제시하지 않음으로서, 이를 방관했다는 것이 감사원의 결론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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