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근호칼럼】시도하지 않으면 아무것도 할 수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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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근호칼럼】시도하지 않으면 아무것도 할 수없다
  • 조근호 변호사(전 대전지검장.전 부산고검장,전 법무연수원장. 행복마루 대표변호사)
  • 승인 2023.08.23 10:56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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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근호 변호사(전 대전지검장.전 부산고검장,전 법무연수원장. 행복마루 대표변호사)
조근호 변호사(전 대전지검장.전 부산고검장,전 법무연수원장. 행복마루 대표변호사)

올 봄 한일 관계가 개선 조짐을 보일 때였습니다. 저는 언젠가는 일본 여행을 다시 하게 될 것으로 생각하고 주위 사람들에게 예전에 일본에서 렌터카를 빌려 직접 운전한 경험이 있는지 물었습니다.

대다수의 사람들은 경험이 없었고 다른 사람들이 시도하였다가 실패하였다는 전언을 하기도 했습니다. 우리나라는 운전대가 왼쪽에 있지만 일본은 정반대로 오른쪽에 있습니다.

수십 년간 운전하던 습관을 반대로 해야 일본에서 운전할 수 있다는 것입니다. 예를 들어 우리는 사거리에서 오른쪽으로 턴하는 것은 언제나 가능하지만 일본에서는 왼쪽으로 턴하는 것이 언제나 가능합니다.

저는 일본 사람 남녀노소 모두 운전을 하는데 그까짓 것 못할까 하는 생각으로 일본에서의 운전에 도전해 보기로 하였습니다. 생각하면 아무것도 아닌 일이지만 생각하기에 따라 엄청난 시도이기도 합니다.

저는 우선 왜 어느 나라는 운전대가 우리나라처럼 왼쪽에 있고 일본이나 영국은 오른쪽에 있는지 궁금하여 Chat GPT에 물어보았습니다.

영국은 자동차 운전대가 일본처럼 오른쪽에 있고 좌측통행을 합니다. 여러 가지 설이 있지만 가장 유력한 설은 기사들의 기마 전투 풍습에서 기인하였다는 설입니다.

기사의 대부분은 오른손잡이이므로 길의 왼쪽을 타면 기사의 오른팔이 반대 방향에서 오는 적과 자유롭게 전투를 벌일 수 있습니다. 이런 전통으로 영국에서는 자동차가 나오기 이전부터 말과 마차는 좌측통행이 관습으로 자리 잡았고 자동차가 출현한 이후 자연스럽게 법제화하였다는 것입니다. 영국의 영향을 받은 나라들은 자동차 운전하는 것이 모두 오른쪽에 있습니다. 영연방국가들과 일본이 그렇습니다.

반면 프랑스의 우측통행 전통은 프랑스 혁명과 관련이 있다고 합니다. 혁명 이전에는 말이나 마차가 좌측통행, 우측통행 구분 없었다고 합니다. 오히려 영국처럼 기사들이 오른쪽 손을 편하게 쓰기 위해 좌측통행을 하는 경향이 많았다고 합니다.

그러나 혁명 이후 옛 귀족 전통과의 차별화를 위한 방안으로 우측통행을 규칙화하고 나폴레옹이 이를 유럽 전역으로 확산시킵니다. 혁명의 한 징표가 된 것입니다. 이에 따라 프랑스의 지배를 받는 많은 나라에서 우측통행을 법제화하였습니다.

미국은 영국과 전쟁을 하면서 자연스럽게 영국 전통의 반대를 취하게 되어 우측통행하게 되었고, 마차 시대가 자동차 시대가 되면서 자연스럽게 우측통행으로 법제화되었습니다.

다른 여러 가지 이론 중에 재미난 것을 소개하면 이렇습니다.

마차는 대개 두 마리 말이 끄는데 마부가 왼쪽에 앉아 오른손으로 채찍을 휘두르면 오른쪽에 앉은 승객이 채찍에 맞을 위험이 있어 오른쪽에 앉게 되었고 이 전통이 영국의 운전 습관으로 정착되었다는 것입니다.

프랑스와 독일에서 처음 자동차가 만들어지면서 기어가 생겨났는데 오른손으로 기어를 조작하는 것이 편리하여 왼쪽에 운전석이 만들어졌고 우측통행으로 발전했다는 설도 있습니다.

아무튼 전 세계는 오른쪽 운전석(Right-hand drive/RHD)과 왼쪽 운전석(Left-hand drive/LHD)으로 나누어져 있습니다. 비율로 따지면 영국과 같은 RHD가 30~35%이고, 프랑스 같은 LHD가 65~70%입니다.

영국과 같은 나라 중 대표적인 나라는 일본과 인도, 인도네시아가 있고, 프랑스와 같은 나라는 미국과 중국, 브라질 같은 나라들이 있습니다.

우리나라는 일제강점기에 일본의 영향을 받아 오른쪽 운전석이다가 해방 이후 미국의 영향을 받아 왼쪽 운전석으로 바뀐 경우입니다.

이처럼 통행 방향이 바뀐 나라들이 더러 있습니다. 1967년 스웨덴, 1968년 아이슬란드가 영국처럼 좌측통행을 하다가 우측통행으로 바뀌었습니다.

드디어 저는 일본에서 렌터카 운전에 도전하였습니다. 처음 핸들을 잡고 주차장에서 길로 나설 때의 기억이 지금도 생생합니다. 작은 길에서 T자형 큰길로 나서게 되었습니다. 좌회전하여야 하는데 신호를 기다리느라 한참을 서 있었습니다. 아내가 그냥 가도 된다고 해서 그제야 좌회전을 하였습니다.

30분을 운전하니 금방 적응이 되었습니다. 오른쪽 운전석 운전이 어렵다고 한 것은 대부분 시도해 보지 않은 사람들의 상상에 따른 걱정이었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물론 몇 가지 어색한 점도 있고 주의를 기울여야 할 대목도 있지만 아예 너무 어려워 포기할 정도는 아니었습니다. 아내도 도전했는데 저보다 쉽게 적응하였습니다. 며칠을 운전하고도 여전히 적응하는데 시간이 더 필요한 것이 세 가지 있었습니다.

첫째, 일본 자동차는 방향 조정 레버가 운전대 오른쪽에 있고 윈도 브러시 조정 레버가 운전대 왼쪽에 있어 우리나라와 정반대입니다. 우회전 깜빡이를 넣기 위해 우리나라에서 왼쪽 레버를 올리던 습관대로 왼쪽 레버를 올려 윈도 브러시가 작동한 것이 수십 차례입니다.

둘째, 일본의 차선은 차량이 작아서 그런지 매우 좁습니다. 편도 1차선 시골길은 교행하다가 부딪힐 것 같습니다. 그래서 본능적으로 차량을 왼쪽으로 치우쳐 운전하게 되고 번번이 아내가 '차가 너무 왼쪽으로 붙었어요'라는 말을 자주 하였습니다.

셋째, 고속도로에서 추월차선은 맨 오른쪽에 있는 차선입니다. 오른쪽 운전석 운전이 서툴러 천천히 주행하겠다는 생각으로 우리나라처럼 오른쪽으로 달리면 금방 추월하려는 차량이 따라붙습니다. 서행 차선은 왼쪽 차선인 것입니다.

그래도 아무런 사고 없이 잘 적응하였습니다. 이제 일본에서 렌터카를 빌려 전국 어디나 여행할 자신이 생겼습니다. 심지어 동경 시내에서도 운전하였으니까요.

살면서 앞으로 또 얼마나 많은 것들을 새로 배워야 할까요? 그때마다 이번 경험을 떠올리며 도전에 주저하지 말아야 하겠습니다.

<필자:조근호 변호사(전 대전지검장.전 부산고검장,전 법무연수원장. 행복마루 대표변호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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